국제 민간 인권운동단체인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2007년 12월30일 한국을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10년 동안 사형 집행 기록이 없는 나라에 붙이는 타이틀이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을 교수대에 보낸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 ‘사형 폐지를 위한 글로벌 모라토리움(유예) 결의안’을 상정해 무난히 통과시켰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자 동양인 최초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답게 한국이 사형제도를 둘러싸고 국제 무대에서 ‘생명 문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안양 초등생 납치 살인 및 각종 성폭력 살인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치안 허점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사형폐지론을 향한 공격으로 비화한 것이다. 게다가 4·9 총선을 통해 17대 국회에서 사형제도 폐지안에 서명했던 의원 175명 중 상당수가 낙선해 국회 내 논의마저 새롭게 시작해야 할 판이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른 사형 정책을 펼 것이라는 염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사형제도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 당론은 사형제 존치에 가깝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형제는 범죄 예방이라는 국가적 의무를 감안해 유지하되 적용 죄목이 지나치게 많은 점은 형법 개정으로 고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3월 들어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법무부 주변에서는 사형제 존치를 전제로 대상 범죄 축소를 검토하고 사형 집행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알아서 코드를 맞춘다’는 정치적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파문이 일자 법무부는 공식 해명을 통해 이 내용을 부인했다.
종교계, 법무부 장관에게 ‘큰 기대’
그동안 사형 폐지운동에 앞장서온 종교계에서는 내심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만은 막아주리라 기대한다. 2년 전 유영철 사건 때도 그랬듯이 흉악 범죄에 분개해 사형수를 모두 처형하자는 감정적 여론은 곧 이성으로 되돌아온다는 경험 때문이다. 법률적으로는 사형 집행이 법무부 장관 재량에 속한다. 김경한 장관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 이들은 과거 엄혹했던 유신 정권 때도 형법학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황산덕 법무부 장관이 박정희 대통령의 뜻과 달리 사형 집행을 끝까지 기피했던 예를 든다. 그 때문에 후임 장관이 들어선 1976년 후반 세 차례에 걸쳐 50여 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무더기 사형 집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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