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이동, 한가위! 아무리 핵가족화했다지만 한국처럼 명절과 가족을 챙기는 민족이 있을까? 이번 한가위는 5일 연휴. 직장인들에게는 황금연휴라지만 제사도 지내고 친척도 만나야 하는 대다수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차는 막히고, 갈 길은 멀고.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아까워서 가는 길이 더 멀게만 느껴진다. 언제부턴가 의무처럼 다가온 고향 나들이. 말 그대로 ‘나들이’처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행을 다니다 보면 휴게소에 들르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걸 느낀다. 이제 휴게소는 단순히 커피나 핫도그를 먹는 곳이 아니라 쉬어가며 식사도 하고 여행 정보도 얻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전국의 휴게소 중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경기도 이천의 덕평휴게소에는 전국 최고 판매량을 자랑하는 쇠고기국밥이 있다.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의 한우 떡 더덕 스테이크와 한우 불고기 백반은 횡성 한우를 맛볼 수 있는 메뉴이며,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의 도리뱅뱅이 정식도 별미 중 별미다.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의 간고등어 정식, 서해안고속도로 대천휴게소의 돌솥굴밥,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휴게소의 백연밥상 등 전국의 휴게소 별미를 기억해두었다가 휴식도 취하고 맛난 지역 음식도 맛보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귀성길 차량 정체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뉴시스봉평마을 가을정취

고속도로 휴게소에 ‘i’(영문 소문자)가 적힌 곳은 여행정보센터다. 하이패스 충전은 물론 무료 인터넷과 팩스 전송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인근 지역 여행지도와 책자도 비치되어 있다.
한가위는 보름달이 뜨는 시기. 차례만 후다닥 지내고 돌아가기 바빠 놓쳐버린 달구경을 해보는 건 어떨까? 달을 보는 암자라 이름 붙여진 서산의 ‘간월암’, 달이 뜨는 산인 영암의 ‘월출산’, 달밤의 호수가 절경을 이루는 강릉 ‘경포대’, 부산 달맞이고개의 ‘해월정’ 등등 훤히 뜬 둥근 달을 보며 가족과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9월 중순은 메밀꽃이 만개했다가 서서히 지는 시기이며 동시에 ‘상사화’라 불리는 꽃무릇이 절정을 이루기 시작하는 시기. 메밀의 대표 산지인 봉평의 메밀꽃 축제가 9월22일까지 봉평 일대에서 열린다. 전북 고창의 학원농장도 끝없이 펼쳐진 메밀꽃이 아름다운 곳이며, 경남 남해의 두모마을에서는 다랑논(계단식 논) 사이로 피어난 메밀꽃을 볼 수 있다. 경남 하동의 북천역은 코스모스역이라고도 불릴 만큼 코스모스가 아름다운 곳이다. 이 일대에는 메밀꽃도 함께 피어 있으니 기차여행으로 들러보아도 좋겠다.

붉디붉은 빛으로 물드는 꽃무릇 군락지는 주로 남도 일대에 모여 있다. 전남 영광의 불갑사, 함평의 용천사가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이며 전북 고창의 선운사, 경남 하동의 쌍계사, 함양 상림도 꽃무릇이 아름다운 곳이다. 귀경길에 동선을 잘 잡아 들러본다면 명절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가족에게 뜻밖의 선물이 될 것이다.

요즘은 할머니·할아버지댁이 더 이상 시골집이 아니라 아쉽다. 만약 아직도 농촌·산촌·어촌에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면 자녀들에게 뜻깊은 ‘농촌체험 여행’의 시간을 제공해줄 수 있어 감사해야 할 일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가족의 의미, 정겨운 시골 풍경, 그 속의 수많은 관계. 매번 돌아오는 명절의 의무방어전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하는 소중한 일상임을 기억하며 가족과 함께 여행하듯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란다.

기자명 장은숙 (부산사대부고 국어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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