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뉴질랜드 캠퍼밴(캠핑카) 여행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촘촘히 짜인 ‘홀리데이 파크(Holiday park)’의 네트워크다. 홀리데이 파크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가장 흔한 여행자용 숙박시설인데, 경치가 좋은 곳은 물론이고 도시 변두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입장하려는 이용객은 먼저 ‘캠프 사이트(Camp Site)’를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파워 사이트(Power Site)’를 이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전자는 텐트족을 위한 야영지이고, 후자는 캠퍼밴을 위한 장소다. 캠퍼밴 크기별로 번호가 매겨진 자리를 나눠 주는데, 지역에 따라 흰 조약돌로 운치 있게 주차 구획을 표시한 곳도 있고, 아예 구획마다 꽃나무 덤불을 둘러쳐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해놓은 곳도 있다.
 

ⓒ탁재형캠퍼밴(위)은 호주의 광활한 대지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휴식이 필요하면 홀리데이 파크를 찾아가야 한다.

홀리데이 파크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캠퍼밴에 물과 전기를 공급해주는 것이다. 대용량 배터리와 물탱크를 갖추고 있어 어느 장소에서건 숙식이 가능한 캠퍼밴이라고는 하지만, 외부에서 물과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여행 일정과 이동 범위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상 매일 저녁 새롭게 물을 보충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데다 동전 세탁기와 공동 샤워실까지 갖추고 있는 홀리데이 파크를 찾아 들어갈 수 있다면, 캠퍼밴에는 날개가 달리는 셈이다. 게다가 특수하게 설계된 정화조까지 있어서 캠퍼밴에 달려 있는 오물 탱크를 깔끔하게 비우고 청소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가 2011년 호주 남해안의 애들레이드로부터 북쪽 끝의 다윈까지 중부 지역을 종단할 때에도, 지도를 따라 점점이 뿌려진 홀리데이 파크를 연결하는 것이 여정을 계획하는 가장 쉬운 길이었다.
 

ⓒ탁재형홀리데이 파크에 주차한 캠퍼밴.

물·전기뿐 아니라 지역 정보도

홀리데이 파크는 여행자들이 지역 정보를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남섬의 와카티푸 호숫가에 자리 잡은 퀸스타운은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의 중심지다. 이곳에 위치한 레이크뷰 홀리데이 파크(Lake view Holiday park)는 캠프 사이트와 파워 사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여행자를 위한 방갈로까지 갖춘 종합 숙박시설이다. 와카티푸 호수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맞은편으론 만년설을 머리에 인 리마커블스 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는 이 지역의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 투어 정보를 찾아보고, 예약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홀리데이 파크 측에서 준비한 정보 외에도, 이곳에 모여드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정보 교류가 이뤄진다. 캠퍼밴을 주차시키고 야외에 갖춰진 바비큐 시설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한 뒤, 캠퍼밴 앞에 낚시 의자와 접이식 테이블을 펼쳐놓고 맥주 한잔을 들이켜다 보면, 자연스럽게 옆 캠퍼밴의 여행자들과 이야기꽃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이웃 투숙객(?)과 벽도 담도 없는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사람 사이의 교류가 훨씬 쉽고 친밀하게 이루어진다.

대규모의 홀리데이 파크에서는, 이곳에 몰려드는 다양한 종류의 캠퍼밴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찍부터 캠퍼밴 여행이 일반화된 호주·뉴질랜드에는 그 종류도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6인승 승합차를 개조해 차량 뒷부분이 텐트와 이어지도록 만든 2인승 캠퍼밴은 물론이고, 45인승 버스의 내부를 뜯어내고 노래방 시설과 42인치 평면 텔레비전을 장비한 초호화판 캠퍼밴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홀리데이 파크가 서로 경쟁하다 보니, 저마다 독특한 시설로 입소문 마케팅을 펼친다. 뉴질랜드 북섬 내륙에는 온천 시설을 갖춘 홀리데이 파크가 흔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천연 온천에 몸을 담그면, 여행의 피로는 어디론지 사라지고 다음 날의 여정을 위한 에너지가 충만해지곤 했다. 호주 내륙의 와이클리프 웰(Wycliff well)은 인구가 7명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1년에 한 번씩 2000명 가까운 여행자가 모여든다. 바로 이곳이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UFO 출몰 지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 지역에 주둔했던 공군기지에서 발진하는 비행기들 때문에 이런 오해 아닌 오해를 받게 되었다고 하는데, 지역 주민들은 이 사실을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이곳의 홀리데이 파크 정문에는 외계인 모형이 ‘인간도(!) 환영’이라는 문구를 들고 손님을 맞이한다. 공터 한구석에는 아예 UFO의 착륙 장면을 모형으로 재현해놓았다. 화장실에는 ‘외계인 체액 버리는 곳’, 주유시설에는 ‘UFO 연료 보충장치’라고 써놓은 것에 시선이 미치면, 이들의 장난기에 슬며시 웃음을 머금게 된다.

캠퍼밴이 광활한 대지를 여행하는 가장 합리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은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그 캠퍼밴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도록 해주는 홀리데이 파크. 이 둘의 결합이야말로 두 나라를 찾는 여행자에겐 길이요, 진리다.

기자명 탁재형 (오지 전문 PD)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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