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매년 9월 초는 2학기 개학 후 1~2주를 보내고 자녀도 부모도 겨우 한숨 돌리는 시기다. 추석이 다가오기 전이라 날씨는 여전히 후텁지근. 새로 시작된 일상으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나면 주말에는 그저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딱 그렇게 방심하기 쉬운 시기에 우리 곁을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꽃이 있으니 바로 ‘메밀꽃’이다. 팡팡 터지는 팝콘 같기도 하고, 이효석의 소설에서처럼 ‘소금을 뿌린’ 듯한 하얀 메밀꽃밭을 보노라면 그간의 스트레스는 모두 잊어버리고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봉평에 들어서면 ‘이효석과 메밀의 고장, 봉평’이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여행객을 반겨준다. 위치상 가장 먼저 지나가게 되는 곳은 봉평 오일장. 봉평 오일장은 아직까지도 2·7장이 선다(매월 2, 7, 12, 17, 22, 27일). 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상설시장으로 운영되고, 장이 서는 날엔 강원도 일대의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는 장꾼들이 그 옛날 허 생원처럼 장터로 모여든다. 메밀국수·메밀총떡·콧등치기국수 등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뿐 아니라, 저렴한 옷과 잡화류, 뻥튀기까지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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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흥성거렸던 봉평장도 이랬을까? 봉평 오일장 입구에 있는 허 생원과 동이, 나귀의 조형물이 추억 여행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자녀가 중학생이라면 소설을 읽어보게 한 후 둘러보면 효과 만점이겠지만, 초등학생 이하라면 간략하게 소설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것도 좋겠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만 익숙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시골 오일장은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자 경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시골 장터를 지나면 이효석 문학비가 있는 가산공원이 나오고, 그 뒤에 복원된 충주집이 있다. 충주집은 허 생원과 동이가 처음 만나는 중요한 공간적 역할을 했던 곳이다. 효석문화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옛 장터를 복원해 먹을거리 장터로 활용한다. 가산공원을 나와 이효석문학관 쪽으로 가는 길에 봉평의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일대가 메밀밭이다. 끝없이 펼쳐진 메밀밭 앞에선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면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싶어지지 않을까?

개울과 메밀밭을 지나 막국수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물레방앗간이 나온다.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곳. 누구에게나 사랑은 그렇게 운명처럼 뜻하지 않게 찾아올 수도 있는 법이다.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 힘들다면 물레방아에 대한 설명만 해주는 걸로! 문학기행의 형태로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인근의 이효석문학관과 이효석 생가마을을 추가로 방문하면 되고, 예쁜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이라면 인근의 양떼목장으로 가면 된다. 이맘때면 양떼목장의 잔디가 짙푸른 초록색을 띠고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풍경을 볼 수 있기에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전나무숲길과 팔각구층석탑이 아름다운 월정사, 아기자기한 허브가 아름다운 허브나라를 함께 돌아본다면 올해의 가을 첫 여행으로 완벽한 시간이 될 것이다. 메밀꽃을 찾아 떠나는 봉평 여행은 각종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테마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좀 더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기자명 장은숙 (부산사대부고 국어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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