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시즌도 마지막을 향해 가는 요즘, 서울에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태안반도를 추천한다. 태안반도에는 해수욕장이 29개, 수목원이 3개 있어서 바다도 보고 꽃도 보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또한 5개 코스로 이루어진 솔향기길은 걷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알맞다. 바닷가에선 저절로 갯벌체험을 할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여행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 40년의 인생이 담겨 있는 천리포수목원

태안반도에는 수목원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바로 천리포수목원이다. 잘 정비된 수목원의 식물들이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감동을 준 것은 이곳을 세운 고 민병갈 원장이었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출신으로 1979년 귀화해 이름까지 바꾸고 이곳 태안에 정착해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을 세웠다. 천리포수목원은 전 세계 60여 개국, 1만3200여 식물종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수목원이다. 한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식물 연구에만 헌신한 원장의 열정이 느껴져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40여 년간 비공개로 운영되다가 2009년에 개방된 천리포수목원은 민병갈 원장이 별세한 후에 공익법인으로 등록, 관리되고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뉴시스〈/font〉〈/div〉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2012년, 억새원을 중심으로 팜파스그라스 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억새와 사초 등 큰 깃털을 연상케하는 은빛 꽃들이 개화해 가을의 정취를 흠뻑 자아내고 있다. (사진=태안 천리포수목원 제공) 2012-09-04
ⓒ뉴시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2012년, 억새원을 중심으로 팜파스그라스 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억새와 사초 등 큰 깃털을 연상케하는 은빛 꽃들이 개화해 가을의 정취를 흠뻑 자아내고 있다. (사진=태안 천리포수목원 제공) 2012-09-04
 사막의 광활함을 느끼게 해주는 천연기념물, 신두리 해안사구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중략)”라는 유치환의 시 ‘생명의 서’가 문득 떠올랐던 곳, 신두리 해안사구.

태안의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언덕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약 3.4㎞, 너비 500m∼1.3㎞로 태안의 지형과 식생이 잘 보전되어 있으며 사막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모래언덕의 바람자국도 나타나 정말 사막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해안을 보호하고, 내륙과 해안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구실을 하며, 폭풍·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경지를 보호하고, 지하수를 공급하는 등 그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 보존해야 할 습지, 두웅습지

신두리 해안사구가 형성되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두웅습지는 식물 200여 종과 양서류 10여 종, 곤충 30여 종이 서식하는 소중한 생명의 공간이다. 이곳에 멸종위기의 동식물들이 서식해 환경부에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으며, 2007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아이들에게 습지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좋은 생태 여행지다.  어른도 아이도 신나는 만대항 갯벌체험

태안반도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서 갯벌체험 하기에 좋다. 만대항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갯벌체험은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에 호미·장화·바구니까지 대여해준다. 시간 제한은 없으며 갯벌체험을 통해 잡은 조개류는 가져갈 수 있다.  태안 걷기 좋은 길, ‘솔향기길’

이름도 예쁜 솔향기길은 이름 그대로 솔향기를 맡으며 걷는 길이다. 총 5코스 중에서 태안의 자연을 잘 느낄 수 있는 길은 1코스다. 태안반도 최북단인 만대항에서 꾸지나무골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에는 삼형제바위와 여섬, 용난굴 등의 포인트가 있으며 해송숲을 따라 바다를 보면서 걸을 수 있어 좋다. 총 10.2㎞로 약 3시간30분 걸린다.

기자명 장은숙 (부산사대부고 국어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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