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대 뉴욕 항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선박으로 북적였다. 유럽에서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항구는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중에서도 가장 바쁜 것이 지역 신문 기자들이었다.

유럽에서 들어오는 배는 물건과 사람뿐 아니라 유럽 대륙에서 일어나는 각종 소식까지 싣고 왔다. 영국의 새로운 식민지에서부터 은행가 소식, 여성들의 패션 및 유행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모든 소식이 지역 신문 기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뉴스거리였다.

이들은 도착한 배에 다른 신문사 기자보다 빨리 올라타 뉴스를 듣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배가 항구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작은 배를 임차해 해안까지 나가 배에 오르는 기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배를 빌리기 위한 기자들 간의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배삯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보원에 대한 사례비 또한 만만치 않았다.

ⓒAP통신 홈페이지미국 뉴욕 AP통신 본사에서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최근 기밀 누설 문제로 미국 정부와 대립

신문사 소유주들은 유럽에서 전해오는 같은 뉴스를 듣기 위해서 이중·삼중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뉴욕 6대 일간지가 비용을 갹출하면서 1848년 협동조합 형태로 ‘항구뉴스협회’(Harbor News Association)가 만들어졌다. 보스턴 항에 배로 운송되어 오는 외신의 전신 연락망이 구축된 것이다. 이 뉴스협회가 로이터, AFP, UPI 등과 더불어 세계 4대 통신사 중의 하나인 AP(Associated Press)의 전신이다.

이처럼 AP통신은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비영리 통신사다. 현재 미국 내 1500여 개 신문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전 세계 110개국에 280여 지국이 개설되어 있고, 고용 직원은 약 3700명에 이른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언론사다. AP통신은 발행 부수에 따라 취재와 전송에 따른 공동 경비를 분담하며, 조합원 자격이 없는 미국 밖의 언론사들은 AP통신에 요금을 지불하고 기사를 제공받는다.

협동조합 언론사로서의 강점은 저널리즘 수호에서 드러난다. 주식회사 형태로 되어 있는 언론사는 수익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거대 광고주의 압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협동조합 언론사는 출자자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경영 위기 시 재원 확충 방안 등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기자들이 좀 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최근 AP통신사는 언론 자유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연방검찰이 AP통신 편집국과 소속 기자들이 쓰는 전화 20여 개의 2개월치 사용기록을 확보해 비밀 조사에 들어가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알카에다 예멘 지부가 미국행 여객기에 대한 폭탄 테러를 기도했다는 AP통신 기사가 발단이었다.

AP통신사의 게리 프루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해 “오바마 정부가 역대 가장 공격적인 자세로 기밀 누설 추적에 나서 언론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라며 강하게 맞섰다. 현재도 미국 정부와 AP통신 측은 이 사건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럴 때 주식회사 언론사라면 최고경영자가 정부와 적당히 타협하고픈 유혹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 권력과 거대 광고주로부터 독립되어 언론의 본령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동조합 언론사는 주목할 만한 모델임에 틀림없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