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
차혜령
변호사(34)는 지난 3월 직장을 옮겼다. 변호사의 이직이라면 더 큰 사무실과 높은 연봉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 반대다. 그녀는 3년간 근무하던 한 대형 로펌을 떠나 공익 변호사 그룹 ‘공감’에 합류했다. 소득은 반토막이 났지만 차씨는 “행복하다”라며 웃는다. 꿈꾸던 일을 하며 얻는 충만감이 돈 못지않게 중요하단다.

공감은 인권·복지 등 공익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 변호사 단체다. 모든 운영비는 크고 작은 기부로 충당한다. 차씨는 그런 공감의 일곱 번째 변호사이자, 첫 로펌 출신 변호사다. 그녀의 첫 ‘고객’은 서울의 비닐 하우스촌 주민들. 변호사 수임료는커녕 생계유지가 빠듯한 빈곤층이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 철 봉사하는 기분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명분을 내건 만큼 책임감도 더 치열하다. “공익변호 활동이야말로 많은 경험과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차씨의 주된 관심사는 여성인권. 당장 법의 보호가 필요한 현안은 물론, 알려지지 않은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일도 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진다.

합류한 지 한 달 남짓이지만, 차씨는 이미 공감의 ‘열혈 전도사’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공감에 기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후원 안내문’을 펼쳐들고 설명에 열심이다. “제 월급은 제가 벌기로 했죠”라며 너스레를 떤다. 공감의 ‘월급’은 모두 기부자의 정성이 모인 것이다. 더 많이 나누는 사회가 더 아름답다는 믿음. 그녀의 ‘영업’이 당당한 이유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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