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남 서산 아르바이트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에 대한 항소심이 지난 7월3일 열렸다. 법원은 강간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피의자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서산 아르바이트 여대생 성폭행사망사고 대책위’와 여대생의 가족·친구들의 반발과 분노가 다시 들끓고 있다.

서산이 고향이고 고향에서 정치하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알바)에 대해 어떤 안전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이들을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알바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충남교육청이 충남 지역 아르바이트 학생 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음식점에서 일하는 학생이 44%, 패스트푸드점 24%, 편의점 12%이고 나머지는 주유소·커피숍·PC방·미용실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맹정호 제공7월3일 서산 아르바이트 여대생 사망 사건에 대한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 결과 문제가 되는 것은 주류를 판매하는 음식점에서 일하는 학생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는 것과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학생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고용노동부의 2011년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청소년 가운데 30.5%가 ‘정해진 시간 이외에 추가로 일하도록 요구받아 일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15.4%는 ‘요구는 받았으나 일하지 않았다’고 응답해, 일하는 청소년의 45.9%가 추가로 일을 하도록 요구받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런데 초과근로 청소년의 26.3%만 초과근로수당을 받았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 피해 커

일하면서 불이익을 겪은 청소년은 23.3%였다. 불이익 유형은 ‘폭언 등 인격 모독을 받았다’(40.2%),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다’(27.7%), ‘부당 해고를 당했다’(11.6%) 순서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경우 42.7%가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는데,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당했다’는 응답도 12.7%나 되었다.

청소년들의 경우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거나 몰라서 대개 불이익을 감내하거나 중도에 알바를 포기한다.

조사에 따르면 불이익에 대해 항의하거나 도움을 받은 경우는 채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도움도 선생님이나 사회가 아닌 친구들의 도움이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부당함을 모른다면 정당하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없다. 알바 학생들에게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성폭행당한 여대생의 자살 사건에서 보듯,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업주의 임금체불, 최저임금 위반, 성폭행,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부당한 일이 발생해도 이를 도와주거나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 괴로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이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에 대한 부당한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부당과 불합리·불평등에 너무 관대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항소심 판결 이후 피해 여대생의 어머니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이럴 수는 없다. 이러니까 성범죄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라며 오열했다.

그렇다. 반성하지 않고, 성찰하지 않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불합리는 극복될 수 없다.

기자명 맹정호 (충남도의원·민주당)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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