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는 말을 7년 전에 했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고 말하고 다니던 시절에 내가 생각한 아이들 나이는 열두 살, 초등 6학년까지였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아이들 나이를 열 살로 수정하며 초등 5~6학년을 내가 꿈꾸던 아이들 울타리 속에서 속절없이 떠나보냈다. 7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 삶 2년이 그렇게 날아갔다. 누가, 무엇이 그렇게 했을까.

ⓒ시사IN 윤무영
오늘, 대한민국에 사는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싶을까? 설마 비석치기와 사방치기라 생각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어지는 글을 읽는 바로 당신의 평소 욕망의 내용과 지금 이야기할 초등 5~6학년 아이들이 하루의 많은 시간을 어떤 생각으로 보내는지 듣고 만약 같다면 놀라주시라. 바로 이야기하자. 오늘 대한민국 초등 5~6학년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며 하는 생각은 게임이나 컴퓨터나 카톡이 아니라 ‘사고 싶다’이다.

‘왜 나는 저것이 없을까. 저것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번뇌로 하루를 보낸다. 마치 누구처럼, 그렇다. 당신처럼. 아이들이 지금 빠져든 놀이와 하고 싶은 놀이는 진정 ‘사는 놀이’다. 소비가 아이들의 놀이가 되었다. 밖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놀 때 즐겁고 행복한 순간과 맞닥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살 때 행복한 초등학교 5~6학년이다. 포켓몬스터 딱지를 가지고 놀 때가 아닌, 축적할 때 즐거운 초등학교 5~6학년이다. 누구한테 배웠을까. 당신한테. 오로지 살 때 행복한 아이를 볼 때 쇼핑을 욕망하며 행복해하는 아이의 부모와 교사인 당신이 떠오른다.

한 현인이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 몸과 마음과 영혼을 망가뜨리고 싶으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줘라. 또 사줘라. 있는 집들, 잘 들어주시라. 이미 아이들을 저잣거리에 내던진 집들이 차고 넘친다. 왜? 사주면 아이들은 시나브로 망가지기 때문이다. 소비가 아이들 놀이의 무덤이기 때문이다. 엄마·아빠란 뭔가를 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 내리며 5~6학년 아이들이 소비 놀이의 한복판으로 화려하게 입문한다. 그래서 나는 5~6학년 아이들을 모른다.

쇼핑이라는 것에 절어 있는 당신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한 상식적인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사고 싶다’는 소비놀이에 폭 절어버린 아이들한테 교육이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사지 않고 사주지 않고 아이들과 10년을 보내는 부모를 만나고 싶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을 때부터 사기 전에 백번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부모를 만나고 싶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 앞에서 지갑을 열지 않는 것으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하시라.

기자명 편해문 (어린이놀이 운동가.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