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디자인으로 창간 작업에 참여하며 들여다본 〈시사IN〉은 새로운 결심의 응고체다. 이 결심의 본모습은 변할 수 없는 순수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결연함 속에서도 변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이들은 당연히 인정하고 있었다. 잡지의 표정이다. 좀더 밝은 모습으로 나서려는 묵시적 의지로 느껴졌다.

디자인에도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사IN〉은 우리 삶의 솔직한 모습들을 기록하고 바르게 알리려는 엄숙한 의지다. 그래서 진지하고 더욱 절제하는 ‘여전한’ 틀을 선택했다. 꾸미거나 가꾸지 않아서 단순하고도 평범해 보이는 틀. 시사 매체의 긴장된 모습이 변하지 않으려는 이들 마음의 증거가 되어야 한다. 특별하지 않지만 전체적 일체감을 유지하며 점점 단단해져가는 결심의 단면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달라져야 하는 것은 새로운 기분이다. 습관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듯, 잡지의 익숙한 그래픽 요소들을 배제해서 낯설지만 밝은 인상의 지면이 되도록 했다. 눈에 익은 활자들도 쓰는 형식을 달리해서 새로운 출발의 선명한 의지가 느껴지도록 했다. 으레 그렇듯이 창간호에는 북받치는 열정과 기다림의 조급함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마감을 반복하며 바르고 솔직한 표정의 본모습을 찾아가리라 기대한다.

기자명 홍성택 (그래픽 디자이너·홍디자인 대표) 다른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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