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우 편집국장
요즘 신호철 기자가 내는 퀴즈가 상당히 어렵던데 그보다는 좀더 쉬운 문제를 내보겠다. 서양에서는 비교적 드물지만 한·중·일 아시아 3국에서는 아주 흔한 현상의 하나로서, 정계와 재계 심지어 한국에서는 교회에서까지 성행한다. 이 혜택을 받는 사람을 부르는 말끝에는 2세니, 3세니 하는 말이 붙는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이들은 짐작 하셨으리라. 정답은 ‘세습’이다.

그렇다. 세습은 북한 정권이나 한국 재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국의 당·정·군·재계에는 실력자의 자녀와 사위가 바글거린다. 덩샤오핑의 큰아들 덩푸팡을 비롯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무려 4000명이나 된다. 그들은 당 아닌 당 ‘태자당’으로 불리는데 서로 돈독한 관시(關係)를 맺으며 밀어주고 끌어준다. 이들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중국 지식인은 “만약 중국이 망한다면 태자당 때문일 것이다”라고 탄식하지만 중국의 어떤 정치 지도자도 이들을 제거하려고 시도할 만큼 간이 크지 못하다.

일본 대기업은 10년 불황을 거치고 글로벌화하면서 경영권을 세습하는 경향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치판은 2세, 3세, 4세, 심지어 5세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이다. 지금의 후쿠다 총리, 그전의 아베 총리는 아버지가 총리를, 또 그전의 고이즈미 총리는 할아버지가 체신 장관을 지냈다. 5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해온 일본의 보수당 자민당에는 정치인 가족 출신 의원이 40%에 이른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일본 정치는 악순환이다. 보수 정치가 장기화하자 젊은이는 정치권에서 발길을 돌렸고, 그러자 당내 인맥과 지역 연고가 강한 세습 정치인이 판을 치게 되었다. 가족의 의석을 지키는 일만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세습 정치인은 지금의 부시 미국 대통령처럼 변변한 사회 생활을 한 경험이 없다. 그래서 글로벌화한 세상에서 일본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른다. 일본처럼 큰 나라가 주변국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따위에 진을 빼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대표 세습 정치인으로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이번 총선의 승자는 오로지 그녀 혼자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그녀야말로 대학 졸업하고 일다운 일을 해본 적이 없건만 보수 집안 싸움으로 변한 정치판에서 날로 거물이 되어간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MB는 절대로 그녀를 이기지 못한다. 지금처럼 투표율이 떨어지고 지역주의가 기승해 정치가 오그라드는 한.

기자명 문정우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mjw2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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