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공적(公敵) 가운데 하나다. CJ CGV가 한국 영화 부율 조정안을 발표한 날, 일베에서는 ‘CJ 한번만 살려달라고 난리다’라는 게시물이 500회 이상 추천을 받았다. 보수 단체인 어버이연합은 CJ그룹 본사 앞에서 이재현 회장 가면을 쓰고 회초리식을 벌이며 CJ를 ‘종북 기업’이라 비난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CJ E&M의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은 패널과 이슈를 친노·종북 세력에 유리하게 짜고, 〈SNL 코리아〉는 안철수를 미화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했다’. 이들에게는 ‘한국 문화계를 장악한 좌파의 돈줄이 CJ다’라는 공식이 있다. 

CJ를 공공의 적으로 삼는 이들은 또 있다. CJ 비자금 수사 후, 연속 기획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소유 언론사들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조선·동아·중앙·매경 4개 언론사는 CJ 수사 이후 방송·신문을 통틀어 24일간 416건의 기사를 냈다.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당시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다. CJ그룹 앞에는 ‘미디어 공룡’ ‘문화 권력’이란 수식어가 자주 눈에 띈다. 앞다툰 보도 경쟁 탓에 사실관계가 어긋나기도 했다. 

지난 2월 법원은 부친의 유산을 둘러싼 이맹희 제일비료 전 회장(왼쪽)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의 소송에서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둘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6월13일 최민희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공개한 ‘종편 4사의 특혜 담합을 위한 비밀 TF 회의록’이 그것. 이에 따르면 종편 4사는 최근 두 차례 비밀리에 모여 8VSB(고화질 전송방식) 전송 허용, 종편 수신료 배분 등 종편 특혜를 따내기 위한 정부 로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CJ 공격 방법에 대한 전략이 구체적이다. MSO(복수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압박해 100억원 수준의 종편 수신료를 받아내자는 의도다. “CJ를 총체적으로 공략해서 어느 수준에서 CJ가 백기를 들면 그 후 각사가 사정에 맞게 개별 협상을 벌이도록 하자”라는 내용이 담겼다. 

“권력 있었으면 이렇게 됐겠나”

CJ와 종편의 불편한 관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CJ 계열 PP(채널 사업자)는 총 18개로 종편과 경쟁 관계에 있다. MSO 점유율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CJ 특혜법’이라 부르며 앞장서 비판한 곳도 종편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종편의 쏟아지는 CJ 수사 보도에 대해 “CJ가 MSO·PP 분야에선 강자다. 신문과 달리 종편이 을이 되는 구도로, CJ를 압박해 얻어낼 게 여러모로 많다. 수신료도 그렇고 콘텐츠 교류 측면에서도 그렇고. 또 CJ는 10위 이내의 광고주다. 기업적 이해관계를 방송을 통해 관철시키는 모양새다”라고 해석했다.

CJ 계열 방송에서 특히 뭇매를 맞는 프로그램은 시사 풍자를 주로 하던 〈SNL 코리아〉다. CJ 수사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텔레토비’ 코너가 사라졌다. CJ 관계자는 “소나기를 피해 가자는 차원에서 그런 건 맞지만 일선의 문화 권력이란 비판은 억울하다. 권력이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되었겠나. 오히려 언론 권력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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