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수화기 너머 웬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변기가 고장 났다며 집으로 와달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변기만 문제가 아니었다. 할머니에게는 말벗이 필요했다. 알고 보니 선거 공보물에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사람이 그 한 사람뿐이었다.

김석(40, 전남 순천시의원·통합진보당). 다섯 살과 일곱 살 두 남자 아이의 아빠. 내심 막내딸을 꿈꾸며 공약으로 ‘셋째 낳아 기를 수 있는 교육도시 순천’을 내걸었지만, 본인도 경제적 이유로 셋째는 감히 엄두도 못 내는 대한민국 흔한 가장. 순천 YMCA에서 10년 넘게 시민운동을 해오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꾸려진 아름다운자치연대의 권유로 출마했다. 시민운동가 시절 주로 지방의회 모니터를 해왔고, 지역 현안인 화상 경마장 반대운동을 했다.

ⓒ시사IN 이명익6월2일 <시사IN> 고정 지면 ‘풀뿌리 수첩’에 글을 기고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시사IN> 편집국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석·오진아·김수민 의원.
사무실로 근심 가득한 표정의 중년 여인이 찾아왔다. 자기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 같은데 현장을 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그 역시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런 일은 시의원이 할 수 없다고 설명한 뒤 정중히 돌려보냈다.

김수민(32, 경북 구미시의원·녹색당). 본인이야말로 ‘철새 정치인’이라고 주장. 개혁당에서 시작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거쳐 녹색당에 정착했다. 정작 출마할 땐 무소속 후보였다.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고향에서 할 일을 찾아보겠다고 내려왔다가 어찌어찌 출마하게 되었고, 15%를 넘겨서 선거비 보존만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으로 3등에 당선됐다. 이왕 하게 된 거 기초의원이 어디까지, 얼마나 일할 수 있는지 다 보여주는 게 목표다.

공사 현장 소음 때문에 괴롭다는 주민 민원에 출동. 현장에 도착하니 팔짱 낀 채 눈 딱 감고 선 ‘깍두기(깡패)’부터 맞닥뜨려야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도 어쩌겠나. 겉으로는 씩씩한 척, 일단 그들부터 물려야 했다. “구의원이면 다야!”라고 윽박지르는 사내들에 맞섰던 작고 마른 체구의 아줌마 구의원.

오진아(43, 서울 마포구의원·진보정의당). 개인사가 진보 정당사와 맥락을 같이해 어깨가 무겁다. 당선 이후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까지, 매년 소속 정당이 바뀌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당시 심상정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지역구 내 학교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고향도 아닌 마포에서 ‘듣보잡’ 후보가 1위로 당선돼 2010년 당시 잠깐(!) 파란이 일었다. 여덟 살 된 딸을 키우고 있다. ‘똑소리 나는 엄마 구의원’이 선거 캐치프레이즈였는데, 초동안 외모 덕인지 아무도 엄마라고 생각을 안 해 명함에 그때 나이 마흔임을 강조해 써넣어야 했다고 주장.

ⓒ김석 블로그2010년 10월 김석 의원이 순천화상경마장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사진 가운데).
이쯤 되면 이들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우리 동네 ‘홍 반장’이라 해도 손색없다.

2011년 2월15일 〈조선일보〉는 ‘지방자치 20년, 국가 효율 차원에서 재검토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는다. “우리 광역·기초의회 의원들도 제대로 된 조례안 발의 한번 안 하면서 외유는 꼬박꼬박 즐기고, 어쩌다 모이면 의정비 올릴 궁리하고, 동주민센터 공무원이 자기 전화 공손히 안 받았다고 호통 치기나 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다.” 그런 의원들 여전히, 있다. 유효한 비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목욕물 버리겠다고 어린애까지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시사IN〉은 2011년 1월부터 ‘풀뿌리 수첩(전 구정수첩)’을 고정 지면으로 매주 연재해왔다. 지방의회의 좋은 사례를 발굴해, 지방정치 본연의 의미와 필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서였다.

6월2일, ‘풀뿌리 수첩’ 지면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이자 지방의회 의원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시사IN〉 편집국에 모인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원고지 8장 안에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맹정호 의원(충남 서산시의원·민주통합당)은 전날 산행에서 다리를 다쳐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당은 달라도 이심전심, 통하는 게 많았던 이들의 수다를 중계한다.


사회
:솔직히 지방선거 때마다 투표용지 8장을 한꺼번에 받아들고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난감했다. 아는 후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니까 일단 물어보자. 지방의회는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가?

김수민(김):있으니까 중요하다(웃음).

오진아
(오):기초의원은 쉽게 말해 주민의 대표다. 동네 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를 해결하고, 삶이 나아지게 만드는 활동을 한다. 나라의 살림살이와 정책은 국회에서 결정되지만, 국회에서 방망이 친 걸 주민들 피부에 와 닿게 하는 일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이뤄진다. 기초의회가 없다고 하면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불만이나 피해가 생겼을 때 구청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방의회를 둘러싼 추문과 구태만 언론에 소개되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많다. 근데 언론은 나쁜 것만 보도한다(웃음). 그러니까 기초의회 없애라, 숫자 줄여라,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거다. 좋은 사례 서로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3년 의정활동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오진아 블로그2012년 12월 성산2동 마을합창단 창단 공연에서 오진아 의원(위 뒷줄 맨 왼쪽)이 노래하고 있다.

:최근 성북구의회 의원들이 터키로 출장 갔다가 싸운 게 기사화됐다. 권력에 대한 견제가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니 이런 걸 안 쓸 수 없다(웃음). 또 이른바 ‘토호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지 않나.

:왜냐하면 이른바 토호세력만 지방의회에 관심을 가지니까.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만큼 변한다.

김석(석):지방의회가 여전히 토호세력 중심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들과 함께하려는 의원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는 신뢰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례들이 쌓이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순천 지역에서 문제가 됐던 화상 경마장이나 대형마트 문제 같은 것들, 의원이 분명하게 의견을 내놓으면 주민들로부터 반응이 온다. 그러면 다른 의원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갈수록 기초의회는 더 중요해질 거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차기를 위해 메가 이벤트로 주목받고 싶어한다. 이를테면, 순천정원박람회의 경우 예산이 2450억원 들어갔다. 지방 살림은 점점 더 나빠진다. 결국 주민 삶의 질 낙후로 연결된다. 기초의원의 지방권력 견제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는 인물 주의하라

사회:그런 측면에서 지방자치를 행정의 측면에서 보는 관점도 있는 것 같다. 지방자치는 정치인가, 행정인가?

:딱 잘라 말할 수 있다. 정치다. 얼마 전에 동료 의원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 ‘기초의회에 정당이 어디 있나. 나는 내가 정치인이라고 생각 안 한다. 봉사하는 사람이다.’ 물론 주민을 섬기고 주민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봉사라는 개념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큰 이슈든 작은 이슈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복잡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그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조정자가 기초의원이다. 조례 하나를 심사하더라도, 예산 하나를 고치려 해도 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가부가 결정된다.

:정치 없는 행정은 존재할 수 없다. 주민들한테 늘 하는 얘기가 있다. 국회의원이든, 단체장이든, 기초의원이든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을 특히 주의하라고(웃음). 그런 사람이 정치‘꾼’이다. 본인은 겸허한 마음에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주로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들 보면 지역 토호들이다. ‘봉사하는 일꾼’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토호 이데올로기다. “내가 지금 이렇게 봉사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냥 나를 따라와”라는.

:다 월급 받고 일하는데 왜 봉사한다고 할까(웃음).

사회:효과적으로 행정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로 ‘야권’의 구실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지방의회 역시 지역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순천시의회의 경우 전체 24명 중 민주당이 19명, 통합진보당이 4명, 무소속이 1명이다. 당이 같다고 스펙트럼이 다 같은 건 아니다.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개혁적인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웃음). 다수당이든, 아니든 호흡을 맞출 의원이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더 많은 공청회, 더 많은 세미나를, 시민이 요구하기 전에 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일을 집행하는 공무원도 바뀐다. 이전까지 의회가 의례적으로 조례나 예산을 심사했다면, 깐깐해지고 구체적으로 바뀌는 거다. 당을 떠나서 어떤 사람이 들어오는지에 따라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여든 야든, 똑같다(웃음). 마포구의회는 여야 반반으로 18명인데, 표결하면 17대1이 나온다. 1이 나다(웃음). 김석 의원 말에 200% 동의하는 게, 자치단체 집행부와 의회 수준은 상호 보완적일 수밖에 없다. 의회 수준이 올라가면, 집행부서 수준도 올라간다. 2011년 5~6월 추경예산 편성 심사 때였다. 심사 자료라고 주는데 사업설명서는 없고 예산서만 덜렁 있더라. 어떤 사업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심사하나? 그래서 물어보니 지난 20년간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공무원들 말이 어떤 의원도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이렇게는 심사 못한다고 했더니 그제야 부랴부랴 만들어왔다.

:구청 공무원들이 오 의원을 몹시 싫어하겠다(웃음). 나는 상임위가 행정자치위원회인데, 우리 위원회 들어오는 공무원들은 서류 바리바리 싸들고 긴장하고 온다. 한 담당 과장이 그러더라. ‘지옥불로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근데 그렇게 하면 할수록 굉장히 좋아진다. 의회는 주민 처지에서 깐깐해져야 한다. 물론 몇몇 사람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깐깐하기도 하다(웃음).

:내가 들어오기 전, 그러니까 5기 시의회 의원 23명 중 22명이 한나라당이었다. 그런데 당이 같다고 다 한 몸처럼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때도 자기들끼리 갈등이 있었다고 하더라. 지금은 23명 중 16명이 새누리당인데(무소속 5명, 민주당 1명, 녹색당 1명), 이 사람들 중에서도 당에 자유로운 사람이 많아서 연대할 땐 또 한다. 그래서 의외로 시가 밀어붙이려는 말도 안 되는 사업들을 많이 무산시킬 수 있었다. 기초의회라고 해서 의원 한 명의 권한이 결코 약하지 않다. 4대강 문제 같은 거는 세게 붙는다. 의정활동의 목표가 있다면, 시의원이 어디까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거다(웃음).

:주민 의견을 대변한다는 게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거 설명해봤자 주민들이 얼마나 이해하겠어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찌 됐든 물어봐야지. 주민들이 모르는데 산에다 데크 깔고 무슨 무슨 길 만들었네, 해봤자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미국처럼 상시적 선거운동 가능해야

사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전문성도 비판에 오르는 단골 메뉴다.

:의회 사무국 전문위원을 구청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 편에서 어떻게 구청장을 견제하겠나.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중앙에서는 공천제 폐지냐 아니냐는 걸로 싸우는 ‘척’을 한다.

:지금 준비하는 조례 중에 저소득층을 위한 치과 주치의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이런 조례를 만들려면 전문위원 리포트가 절실하다. 근데 귀찮아한다(웃음). 오 의원도 지적했지만, 전문가가 전문위원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니까 서포트가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예산 심의할 때도 보면 만날 국어 공부 하고 있다. 숫자를 보는 게 아니라, ‘이건 좀 많지 않아?’ 식의 막연한 주먹구구 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지원청 같은 걸 만들어서 전문위원을 독립적으로 지원해주는 방법들도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결국 공무원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웬만한 일은 혼자 하는 편이다. 뭘 부탁하면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정보가 새어나간다. 그러면 해당 부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리포트를 계속 올리는 식이다.

:사실 정당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면, 정당 차원에서 정책 서포트를 해주는 게 맞다. 아쉽다.

사회:잠깐 언급됐지만, 정당공천제는 폐지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역별로 다를 것이다. 그래서 말들이 엇갈리기도 하고. 사실 재선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공천제가 없는 게 이익이다. 현역 프리미엄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데 내 경우만 놓고 보면 지난번에 공천제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다. 새누리당도 싫고, 민주당도 싫은 사람들이 무소속으로 나온 나를 뽑은 거라서(웃음).

:공천제가 유지되든, 안 되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거다. 새로 진출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벽이 되는 게 문제다. 사실 공천제 폐지 여부보다 우선되어야 할 게 정부가 과연 지방자치에 대해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갖고 있느냐다. 재정 문제가 특히 그런데, 중앙정부에서 타서 쓰고 있지 않나. 이러니까 관계가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미국처럼 상시적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지금은 출마 한다, 안 한다는 말도 못한다. 그러니까 현역 의원들만 유리하다. 사전 선거운동을 꽉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간 있고 돈 많아서 정당 공천받는 사람이나 지역 유지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민들과 같이 호흡하고, 주민들이 처한 문제를 많이 아는 사람은 당선되기 쉽지 않다.

:시민사회나 진보 진영은 여력도 없고 사람도 없다. 심지어 진보 정당 한 개 있었을 때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너무 여러 개다(웃음).

:시민사회를 너무 정치적으로 본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시민사회 진영에서 비평가 구실만 할 게 아니라 선수로 나와야 한다. 늙은 사람들이 빠져줘야 젊은 시민운동가들도 단체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수 있고(웃음). 선수들이 왜 국회만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일은 다 동네에서 하면서(웃음). 꼭 선거 직전에야 지역에 선수가 있네 없네 한다.

사회
:역대 지방선거는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특히 방담에 참여한 여러분이 지방의회에 입성한 2010년의 경우 반MB 기류가 특히 강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여당이 더 유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라는 말에 동의 못한다. MB 정부에 대한 평가라고 할 때도, 야권이 이겼지만 MB는 그렇게 안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별 타격도 안 받았잖나?(웃음) 진보적이라는 사람들도 정권 심판을 첫 번째에 놓고 전략을 짜는 게 우려된다.

:내년에도 유권자가 찍어야 할 투표용지가 8장이다. 후보만 수십 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게 ‘우리 동네 의원’ 뽑는 일이다. 중앙정치의 흐름을 안 탈 수는 없지만, 의식적으로라도 현장에서 지역 현안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정권에 대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지방선거는 지역 비전에 대한 평가여야 한다. 2010년에 많이 교체되었는데, 사람이 바뀌면 주민 삶이 바뀐다. 기초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다.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년 선거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웃음).


방담 말미에 오진아 의원은 나머지 두 의원에게 “외롭지 않나”라고 물었다. 시민단체나 정당에서 일할 때에는 주장만 하면 됐는데, 의원은 그럴 수 없는 처지였다. ‘동네 정치’라고 다르지 않았다. 정치인이 되기 전엔 미처 몰랐다고 했다. ‘친정’으로 생각했던 시민단체나 정당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외로움이 소수 정당 기초의원으로 활동하는 3년 동안 차곡차곡 쌓였다. 두 의원은 오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시간 넘는 방담에도 하지 못한 말들은 여섯 시간 넘게 이어진 뒤풀이 자리까지 흘러넘쳤다.

진보 정당 의원들에게 다가올 지방선거는 어쩌면 ‘시련의 계절’이다. 이들은 차기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흐렸다. 그러나 아마 다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해야 할, 못다 한 일들이 많다는 걸 긴 시간 토해냈던 이들이니까.

수도 없는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면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은 밖에서 보면 때로 우둔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를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6회 동시지방선거가 있는 2014년 6월4일까지 남은 1년은 결코 짧지 않다. 정치가 바뀌려면, 시민도 바뀌어야 한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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