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4월9일 오후 강화·철원·연천·파주·구미·창원·순천·제주도에서 올라오거나 내려온 60여 명이 서울의 한 세미나실에 모였다. 이들이 3시간 동안 이야기한 주제는 단 하나, 겨울철새 ‘두루미’였다. 이들의 출발지는 모두 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두루미 도래 지역’이다. 그 지역은 또한 두루미가 점차 사라져가는 ‘두루미 멸종 위험 지역’이기도 하다.

전국의 두루미 수호가를 한자리에 불러 모은 주인공은 한국두루미네트워크 이기섭 대표(47·생물학 박사)다. 2002년, 우연히 철원군의 두루미 연구 용역을 수행하면서 두루미와 인연을 맺은 뒤 생물 교사 직업까지 그만둔 채 두루미 보호에 매달렸다. 혼자 하기에 벅찼다. 지역 환경단체나 사진작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엮고 엮어서 한국두루미네트워크가 꾸려졌다. 4월9일 워크숍은 네트워크 회원이 한자리에 처음 모여 전국의 두루미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행사였다.

두루미는 사람이 본받을 점이 많은 새이다. 암수가 한 번 부부 인연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다니고 새끼도 지극 정성으로 기른다. 마음도 여유롭다. 사람이 접근하면 푸드덕 날아가지 않고 옆의 배우자와 눈짓을 교환한다. ‘날까?’ 상대가 동의하면 그제서야 날개를 펴 끝만 탁탁 치며 천천히 날아간다. 이 박사는 이렇게 멋진 새가 점차 사라져가는 게 안타깝다고 한다.

이 박사가 두루미만 편애하는 건 아니다. “두루미가 잘 살면 이보다 흔한 오리·기러기 등은 더 잘 살아요. 또 두루미가 좋아하는 습지는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자연의 축소판이죠. 자연이 살아야 사람도 잘 사는 것 아시죠?” 결국 이 박사가 열심히 하는 두루미 보호는 ‘사람 보호’인 셈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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