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통령’ 서태지 등장으로 X세대니, N세대니 논쟁이 한창이던 1990년대, 우스갯소리로 쉰세대와 신세대를 나누는 감별법이 있었다. ‘멀리~’라는 노랫말만 듣고 ‘기적이 우네(이은하)’를 떠올리면 쉰세대이고, ‘널 보았을 때 다른 길로 갈까(투투)’를 떠올리면 신세대라나.

5·18 민주화운동마저 조롱거리가 되는 역진의 시대, 쉰세대와 신세대를 구분하는 법이 하나 더 추가될 것 같다. 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혹시 ‘의식화시키다’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쉰세대일 것이다. ‘민주화’는 요즘 극우 사이트로 불리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비추천’과 같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돌 멤버의 말실수야 웃고 넘어가더라도 민주화를 정녕 ‘시킨 것’으로 믿고 싶었던 이들이 따로 있다. 〈조선일보〉의 TV조선과 〈동아일보〉의 채널A는 “북한군이 5·18에 개입했다”라며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이 시켰다는 막장 방송을 했다. 1980년 언론계 용어로, 신군부를 ‘빨아주는’ 기사를 가장 잘 쓴 곳이 두 신문사다. 제목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새 시대의 기수 전두환 대통령(1980년 8월29일 〈동아일보〉)’ ‘평화적 정권교체 전통 수립, 우리에 알맞은 민주 토착화…인간 전두환(1980년 8월23일 〈조선일보〉)’.

두 신문이 쪽쪽 빨아주던 전두환은 추징금1672억원뿐 아니라 서울시의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세금 체납은 전씨가 추징금을 내지 않아 2003년 연희동 집 별채를 경매에 부치며 발생한 지방세 3017만원이다. 경매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3억1000여만 원과 그 10%인 3017만원의 지방세가 발생했는데, 전씨는 29만원밖에 없다며 버텼다. 양도소득세는 전씨의 무작정 버티기에 ‘무재산 결손처분’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세무 당국도 포기한 ‘새 시대 새 기수’ 수법이었다. 지방세는 가산금이 붙어 현재 4000여만 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체납자 신분인 전씨를 경호하는 데 들어가는 경찰 경호비용만 연간 7억원에 달한다. 추징금이든 세금이든 국가에는 한 푼도 내지 않는 그이지만 1000만원 이상을 육사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1672억원에 달하는 전씨 추징금 시효는 10월11일이다. 이날이 지나면 추징금은 또 사라진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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