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 국민은 눈만 뜨면 성폭행·성추행하는 ‘미친놈’들에 관한 뉴스 때문에 스트레스 정말 팍팍 받으며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시끄럽던 5월10일 인터넷에서 널리 회자된 말이다. 이것은 윤 전 대변인을 향해 나온 누리꾼의 비판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김형태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칼럼을 통해 내놓은 발언이다.

그의 말대로 ‘스트레스 팍팍 받은’ 대한민국 누리꾼들은 윤 전 대변인이 2006년 4월 쓴 칼럼 한 편도 찾아냈다. 제목은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이 지녀야 할 덕목을 설명한 이 칼럼에서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다”라고 썼다.

윤 전 대변인의 추문이 알려지자 국내 누리꾼들이 바빠졌다. 남양유업 ‘밀어내기’ 횡포, 손석희 전 교수의 JTBC행, 주진우 〈시사IN〉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뜨거운 뉴스가 쏟아진 가운데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의 부적절한 처신과 이번 정부의 인사 난맥을 비꼬는 발언과 패러디물을 쏟아냈고 이는 SNS를 매개로 널리 퍼졌다. 트위터 검색 사이트 ‘트윗트렌드’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윤창중’을 언급한 트윗은 5월9일 15건에서 5월10일 9082건으로 급증했다.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 현수막을 ‘윤창중 대변인 감사합니다’로 패러디한 사진이 인기를 끌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트위터(@DrPyo)를 통해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윤창중 미국 보내 조사받고 사법처리를 받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성범죄자 은닉 국가. 4대 악 척결, 말도 꺼내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성폭력·가정파괴범·학교폭력·불량식품을 사회의 ‘4대 악(惡)’으로 규정하고 뿌리를 뽑겠다고 공언해왔다. 노정태씨(@JeongtaeRoh)는 “성범죄 저지르고 미국으로 토낀 주한 미국 범죄자와 윤창중을 맞교환함으로써 양국이 서로 각자의 법체계를 존중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라고 비꼬았다.

트위터 이용자 @hn_griff는 “국민 성금으로 윤창중 열사에게 창조적인 무궁화 전자발찌를 줍시다”라고 말했다. “대미 외교에서 가장 창조적인 결례를 저질렀다” “내 빈곤한 상상력을 반성하게 만드는 진정한 창조정부”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을 통해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창조외교’를 하셨네요” 따위 멘션도 잇따랐다.

윤 전 대변인을 비꼬는 패러디물 가운데는 유독 남양유업과 연관된 것이 많았다. ‘밀어내기’ 관행으로 대리점주들을 괴롭힌 남양유업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성추행 이슈에 묻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5월9일 남양유업 임원들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현장의 사진에서 현수막 글귀를 “윤창중 대변인 감사합니다”로 절묘하게 합성한 사진이나, “윤창중 집 앞에 배달된 남양유업 우유”라는 사진이 대표적이다.

한 보수 논객 “겨우 엉덩이인데…”

반면 보수 성향의 논객들은 ‘윤창중 감싸기’에 나섰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트위터(@pyein2)에서 “제가 윤창중 대변인에게 바라는 건, 하루빨리 진상을 밝혀, 혐의를 벗어나, 다시 예전의 의병으로 와서, 친노종북이들과 최전방에서 싸우는 겁니다. 만약 혐의가 드러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을 져야지요”라면서 “대학 4학년 때 1년에 걸쳐 종북 페미니스트들과 성폭력 조작 사건으로 사투를 벌였는데 그 1년간 여학생 옆자리에 앉지도 않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관리했다”라는 경험담도 전했다. 보수 인터넷 언론 〈데일리저널〉의 한 편집위원은 “젖가슴도 아닌 겨우 엉덩이다. 윤창중이 음모에 걸린 것 같다”라는 궤변을 펼치기도 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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