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설이 사실로 파악되면서 이번 사건이 한·미 간의 국제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피해 여대생인 A씨의 사건 신고가 접수된 것은 8일 낮으로 워싱턴 DC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확보하고 윤창중 전 대변인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윤 전 대변인이 한국 대통령을 수행하는 외교사절임을 고려, 사실 관계만을 확인하고 일단 방면했으나 이번 사건이 한국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정식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전 대변인이 경찰 조사 직후인 8일 오후 황급히 출국한 것도 워싱턴 DC 경찰은 물론, 한·미 정부 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이 혐의를 인정했다는 일부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A씨(22)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1.5세로 전해졌다. 따라서 미국 시민이 외국인에 의해 성추행을 당한 사건을 경찰이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뉴욕 경찰의 경우, 지난 2011년 5월 프랑스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호텔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출국 직전 공항에서 체포한 바 있다.
대통령 순방 도중 대변인의 성추행이라는 메가톤급 사건을 정부가 36시간 가량 쉬쉬 하다가 뒤늦게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도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끝날 때까지 감추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돌연한 실종에 의문을 품은 수행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하다가 9일 새벽 미주최대의 한인 여성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씨유에스에이(Missy USA) 게시판에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설이 오른 후에 자세한 언급을 피한 채 "불미스런 일로 경질했다"고 발표했다.
◇ 성추행이냐 성폭행이냐
사건이 벌어진 것은 7일 밤이다. 윤 전 대변인은 숙소였던 윌러드 호텔이 아닌 다른 호텔에서 피해 주미 대사관이 인턴으로 채용한 여대생 A 씨와 술자리를 함께 했다. A씨의 동료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성추행으로 여겨지는 행동이 있었고 자리를 끝낸 후 8일 새벽 숙소인 월러드 호텔에 A씨를 불러 또 한 차례의 성추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극도의 수치심을 느낀 A씨는 8일 낮 경찰에 신고를 했다.
현지 경찰은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 56세 용의자가 ‘Misdemeanor(비행/경범죄)’로 입건됐다는 점만 공개했다. ‘Misdemeanor’는 통상 가슴이나 엉덩이에 손을 대는 등의 성추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