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20일이면 서점가가 많이 바뀐다. 개정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인터넷 서점이든 오프라인 서점이든 신간 도서(발행된 지 1년6개월 미만인 책)는 정가의 10%까지만 할인 판매할 수 있다. 할인 제한 소식에 '싸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지름신'이 강림하기도 한다. 독자들이 무더기로 미리 사두는 것.

그동안 할인 경쟁은 '무한 도전'급이었다. 1만원이 정가인 한 소설책에는 무려 5000원짜리 할인 쿠폰이 붙기도 했다. 쿠폰비는 출판사에서 서점에 지급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10% 할인(1000원)을 해주고, 구입가에서 쿠폰비(5000원)를 깎아준다. 소비자는 1만원짜리 책을 4000원에 샀다. 다른 경우는 이렇다. 1만짜리 책을 팔면서 경품으로 4000원짜리 수첩을 준다. 케이스에 담아서. 박스 제작비는 3000원 정도였다. 도서 원가 말고도 덤으로 7000원을 들였다. 이렇게 팔면 출판사는 돈이 남나?

결론은 '남기도 하고, 안 남기도 한다'이다. 팔면 팔수록 출판사는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면서 하는 장사다. 그런데도 이런 마케팅이 활개를 쳤다. 왜? 일단 베스트셀러 순위에 책을 올리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순위에 올라가면, 쿠폰과 경품을 슬그머니 줄이는 방식으로 손해를 만회한다. '3주일 안에 결판내지 않으면 책이 죽는다'는 출판 풍토가 낳은 기현상이다.

새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이런 '밑지고 남는 장사'에 제동을 걸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법은 할인율만 규제하지, 마일리지, 경품, 1+알파 방식 판매(책을 사면 다른 책을 끼워주는 방식)에 제동을 걸 수는 없다. 결국 출판계, 서점계 등이 과열 마케팅을 자제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5000원 쿠폰의 추억'이 부활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출판계`서점계에 또 다른 '변칙 복서'가 출현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법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이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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