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4월23일(현지 시각) 미국 AP통신 트위터 계정에 ‘백악관에 두 차례 폭발이 있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상을 입었다’는 트윗이 올라왔다. 수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순식간에 이 트윗을 리트윗(재인용)했다. 뉴욕 증시 S&P 500지수는 장중 한때 1%도 넘게 폭락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곧이어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됐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주가는 회복됐다.

장면 둘. 지난 4월19일 미국의 소셜 미디어 사이트 ‘레딧(Reddit)’이 브라운 대학에 재학 중인 한 인도계 학생을 보스턴 폭탄테러의 용의자로 지목했다. 일부 누리꾼은 현장에서 그를 본 것 같다고도 했다. CBS 카메라맨 캐빈 미카엘은 레딧이 지목한 용의자 이름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를 해커 집단 어노니머스(Anony mous)가 리트윗하면서 트윗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결론은 오보였다.

장면 셋. 지난해 6월 국내 인터넷 방송 서비스인 아프리카TV에서 ‘가출한 딸을 찾아달라’는 남성의 사연을 내보냈다. 누리꾼들은 이 남성의 딸에게 ‘공덕녀’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녀의 행방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 딸의 아버지라 주장했던 이가 실은 그녀에게 7년 동안이나 가혹 행위를 해왔던 장본인이었다. 그녀는 귀가 이후에도 아버지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 결국 남성은 경찰에 구속됐다.

ⓒ미국 나이트 재단 제공4월20일 <뉴욕 타임스> 편집인 에이브럼슨(오른쪽)이 온라인 저널리즘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세 사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최초의 그릇된 인식이 처음에는 그럴듯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범죄 의도를 갖고 잘못된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소식이 전파되는 현상을 관찰하던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이 끼어들면서부터 소식의 전파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은 단순히 소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견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 시점부터 다양한 의견이 첨가되어 잘못된 정보가 점점 확산되어 가는 것이다. 언론 종사자들이 소셜 미디어 안에서 뉴스 거리를 찾다보니 생겨난 부작용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언론 종사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비난하거나 소셜 네트워크의 부작용에 대해 논하는 것은 사실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다.

소셜 미디어와 함께 확인할 수도

4월19, 20일 양일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온라인 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에서 〈뉴욕 타임스〉 편집인인 에이브럼슨은 “보스턴 사건에서 다른 언론이 한 잘못을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에이브럼슨은 “속보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은 무엇보다도 정확한 기사를 원한다. 오늘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탄 비행기에서 (우리) 신문을 봤을 때 틀린 내용이 하나도 없어서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의 광풍에 떠밀리는 건 새로운 저널리즘의 결과물이 아니다. 자기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 기자들의 아집이 빚어낸 현상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셜 미디어를 ‘괴담 진원지’로 치부하는 것도 곤란하다. 소셜 미디어를 다룸에 있어서 언론인들은 ‘가장 먼저 이야기할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니라 ‘팩트를 확인할 기회를 놓친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확인해주는 것’이야말로 저널리스트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특별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가령 영국의 〈가디언〉은 구글의 닥스(Docs)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들의 취재 일정, 아이템, 담당 기자들이 배정되는 모습을 공개한다. 독자는 별도로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사를 제보하고 공동 취재를 제안할 수 있다. 이처럼 〈가디언〉은 독자에게 어떤 것이든 함께 이야기하자고 한다. 그리고 함께 확인하자고 한다. 소셜 미디어와 기존 언론의 시너지는 여기서 발생하는 게 아닐까.

기자명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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