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성애 차별 금지와 관련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4월23일(현지 시각) 동성 결혼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후 가톨릭계와 보수 진영의 반발이 거센 프랑스 사회가 대표적이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하지만 프랑스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는 동성애 관련 담론이 ‘동성애’ 그 자체를 논하는 데에 머무르는 한국과 달리 동성애자의 결혼과 자녀 입양을 허용하는 등의 ‘동성 결혼’ 합법화 여부에 맞춰져 있다.

요즘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논란도 동성 ‘결혼’과 관련된 것이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3월27일 동성결혼금지법과 결혼보호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리에 착수했다. 캘리포니아 주가 시행 중인 동성결혼 금지조항(프로포지션 8·Proposition 8)과 이성 부부에게 제공되는 상속세 공제 혜택 등을 동성 부부에게는 금지하는 결혼보호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심리다(현재 미국은 9개 주와 워싱턴 DC만 동성 결혼을 허용한다). 결론은 오는 6월 말 나온다.
 

ⓒAP Photo4월10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동성애자들이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축하하며 웃고 있다.

실제로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벨기에·캐나다·노르웨이·스웨덴 등으로 전 세계 국가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성애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인권 선진국’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유로 2012에서 이탈리아의 공격수 안토니오 카사노가 “우리 대표팀에는 동성애자가 존재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발언했다가 동성애자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1만5000유로(약 2000만원)에 달하는 벌금 징계를 받았다. 2011년 미국 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간판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도 경기 도중 심판을 향해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벌금 10만 달러(약 1억1850만원) 징계를 받았다.

미국 대법원, 위헌 심리 착수

4월17일 뉴질랜드 의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 합법화안을 통과시켰다. 각 정당 지도자들이 당의 노선에 관계없이 소신껏 투표하라고 격려한 가운데 이뤄진 투표의 결과는 찬성 77표, 반대 44표였다.

우루과이도 아르헨티나에 이어 중남미에서 두 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4월10일 우루과이 의회는 동성 결혼 허용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새 법안은 부부의 결혼 문서에 ‘남편과 아내’ 대신 ‘계약 당사자’라는 표현을 쓰게 했다. 자녀가 누구의 성을 쓸지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영국 정부도 자국 성공회나 가톨릭의 거센 반대와 상관없이 2015년까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영국의 동성 커플도 종교 예식을 치를 수 있게 되고, 법적으로도 종전의 ‘동반자’ 관계가 아닌 ‘부부’로 인정받게 된다.

이에 비해 아시아에서는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꽤 엄격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행위 자체가 암묵적으로 금기시돼왔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에서도 동성 결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1월15일 AFP 통신은 타이완의 게이 커플이 법원에서 혼인신고 접수를 거부당한 것에 공개 항의한 이후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2월25일 중국 베이징에서 결혼 등록을 거부당한 레즈비언 커플의 사례도 중국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2월27일에는 성 소수자 자녀를 둔 중국 부모 100여 명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가한 대표들에게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3월1일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 리조트에서는 전직 배우 히가시 고유키 씨와, 부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다며 성(姓)을 밝히지 않은 히로코 씨가 결혼식을 올렸다.

최근 베트남은 동성 결혼 합법화와 관련해 아시아에서 가장 진전된 행보를 보였다. 4월16일 베트남 현지에서는 ‘베트남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베트남 보건부와 법무부가 ‘동성애자들도 사랑하고 생활할 권리가 있다’며 동성 결혼 합법화 추진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베트남 국회도 5월 혼인가족법 개정 문제를 다루면서 동성 결혼에 관한 논의를 함께 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