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뺨 때렸다. 민주당이 4월24일 차별금지법을 철회한 것도 모자라, 동성애 처벌을 명문화한 군형법 일부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주행’하는 당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쟁점은 “대한민국 군인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는 군형법 ‘제92조 6항(추행)’이다. 이는 그간 시민사회에서 대표적인 ‘반인권 조항’으로 손꼽혀왔다. 굳이 이 조항이 없어도,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은 일반 형법이나 성폭력 관련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조항은 군대 내에서 동성애를 처벌하는 근거로 활용돼왔다.

제92조 6항은 성폭력 범죄의 성립 요건인 폭행 혹은 협박, 위계 혹은 위력을 구성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즉, 순수하게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성적 접촉을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형법에서는 처벌되지 않는 동성 간 성행위가 오로지 군형법에 와서는 ‘범죄’가 된다.
 

민홍철 의원은 군형법 제92조 6항의 ‘개악안’(위)을, 진선미 의원은 ‘폐지안’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국가인권위원회는 각각 2006년과 2008년 이 조항의 폐지 의견을 낸 바 있다. 강제력과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없는, 개인 간 합의된 성행위까지 처벌한다는 점에서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진선미 의원은 폐지안 제안

그러나 군 판사와 육군 법무실장,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낸 민홍철 민주당 의원(경남 김해갑·초선)이 4월19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공동 발의를 제안한 이 조항의 일부 개정안은 폐지는커녕 ‘개악’에 가깝다. 민 의원은 군형법 제92조 6항의 제목을 추행에서 ‘동성 간의 간음’으로 바꾸고, “대한민국 군인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이 동성 간에 항문성교나 구강성교, 기타 유사 성행위를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바꿀 것을 제안한다. 관계의 특성이 아닌, 구체적 성행위 방식을 형사처분 대상으로 명시했으며 처벌 근거와 대상을 ‘동성애자’로 명확히 못 박았다.

민 의원실은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방패 삼는다.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한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2002년과 2011년 내린 합헌 결정을 들었다. “군대 내에서 동성애를 허용할 경우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므로 그 처벌이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라는 요지의 결정이다.
그러나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그동안 10년 넘게 반복돼온 논리를 반박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합의에 의한 동성애 성행위의 형사처분은 군 기강 유지를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보호되는 것은 오직 동성애에 대한 편견 내지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뿐이다. 그것은 극복의 대상이지 형법적 보호를 부여할 만한 가치가 아니다.”

민 의원실은 ‘개악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보도자료를 통해 “개정안의 내용에 ‘동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인권단체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수정해 내용을 더 명확히 규정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군대 내 모든 성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같은 당의 진선미 의원이 4월18일 민 의원보다 하루 앞서 이 조항의 폐지안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폐지안은 차별금지법 철회 후폭풍에 휘말려 당내에서 호응을 얻지 못했다.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4월26일 현재 단 한 명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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