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사진)이 4월15일 경제민주화에 대한 발언을 했다. 기업들의 현금 자산이 52조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투자를 압박하는가 하면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무리가 아닌지 걱정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런 발언은 신문의 1면 편집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다. 보강 기사에서야 어차피 내용들이 고루 다 나오게 되지만, 1면 기사는 원 포인트를 강조하는 게 핵심이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한겨레〉 1면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고, 〈경향신문〉 1면은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썼다.


헷갈리는 것은 보수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일보〉는 아예 4월16일자 8면에서 “엇갈린 정책 신호…헷갈리는 기업들”이라고 적었다. 최근 대통령의 발언이 다 이런 식이다. 보수 언론들은 이럴 바에야 의중을 해석하기보다는 우리 의사를 더욱 강하게 피력하자고 나설 태세다. 가령 〈매일경제〉는 4면 기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5가지 규제에 대기업 포위당해”라고 적었다. 대통령의 의중을 자신들 쪽으로 당겨오기 위한 일종의 공세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대선 전과 달라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그의 우려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협의 과정에서 새누리당 대선 공약보다 더한 규제안이 도출된 것에 대해서였다. 따라서 의회를 존중하지 않는 처사일 순 있어도 공약 후퇴라고 보기는 어려울 성싶다. 다만 그의 경제민주화가 대기업에 투자를 압박하고 경제사범을 엄벌하는 수위에 국한된다고 한 점은 비판받을 만하다.

기자명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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