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솟음같이 신림동 S대로~ 한강수 흐름같이 최소한 인서울~ 우리는 자라서 승리자되어~ 피라미드 정점에 우뚝 솟으리~.” 이 노래는 한 사립 고등학교의 교가이다. 재단 이름은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교훈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다. 이사장은 이윤을 위해 매점에서 담배 장사를 할 궁리를 하고 체벌과 성적 줄세우기에 지친 학생들은 번번이 자살을 시도한다. 물론 이것은 김규삼씨(33)가 포털 사이트에 연재하는 〈정글고〉라는 코믹 만화 속 이야기이다. 많은 중ㆍ고등학생 독자는 만화를 보고 키득거리다가 눈물을 훔친다. “우리 학교랑 똑같다. ㅠㅠ”

〈정글고〉를 그리는 김씨는 자기를 개그 만화가로 소개한다. ‘만화는 무조건 웃겨야 한다’는 지론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최근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 ‘진성고 사태’ 때문에 새롭게 조명받았다. 진성고 학생들이 재단 비리 등을 고발하는 UCC를 만들면서 〈정글고〉를 인용했다. 이후 김씨의 이미지는 ‘코믹 만화가’에서 ‘사회 고발 만화가’로 변했다. 김씨 메일은 학생들이 자기 학교 비리를 고발하는 ‘신문고’가 돼 버렸다.

김규삼씨는 진성고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립학교법을 비판할 생각은 많았다. “재단이 전횡하도록 법이 보장해주고 있다.” 진성고 하나만 변화시킨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가지에서 물이 새면 물을 채우는 게 중요합니까, 아니면 바가지를 때워주는 게 중요합니까?”


〈정글고〉에 달린 댓글 중에 “규삼이를 국회로!”가 꽤 보인다. 김씨는 부담스럽다. “만화를 너무 ‘사회적 메시지’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만화를 만화로만 보기에 〈정글고〉의 과장된 세계는 현실과 너무 닮아 있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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