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은 유예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을 손보겠다는 식의, 논쟁이 들끓을 만한 화두를 집어들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대선 즈음부터 보건의료계에는 터질 듯한 긴장감이 감돈다. 화두는 의료산업화 혹은 의료산업 선진화. 구체적으로 당연지정제 폐지 같은 현안이 걸렸다. 업계는 의료산업화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대로 보건의료 단체들은 병원의 영리법인화, 당연지정제 폐지 따위 정책이 전면화할 경우 벌어질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  

그 폭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일화가 있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이다. 후보자는 당연지정제 폐지 등 일련의 의료산업화 노선을 암시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소스라치듯 놀라며 한나라당은 ‘그런 당론을 정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대선 직후, 인터넷에서는 당연지정제 폐지 방침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격렬한 반대 여론이 끓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마인드에 비출 때 의료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수요자보다는 의료 서비스 공급자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제도를 손보려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말 보건의료 단체가 연대해 국회에서 영화 〈식코〉의 시사회를 열었다. 정책 결정을 할 의원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제도의 의의에 대해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갈등은 수면 아래에서 들끓고 있다.

기자명 노순동 기자 다른기사 보기 lazys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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