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이재오 의원(왼쪽)은 향후 당권을 위해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를 견제하고 있다.
“부시를 못 만난 것만 보지 말고, 박근혜 전 대표를 안 만난 것도 주목해야 한다.” 박근혜 캠프에 관여했던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0월3일 있었던 서강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후보 간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일정을 핑계로 불참을 통보하고 박 전 대표가 기념식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만남은 불발되었다. 이후 박 전 대표를 명예선대위원장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쏙 들어갔다.

‘박근혜 전 대표를 어떻게 포용해낼 것인가’는 기나긴 검증의 터널을 지나온 이명박 후보에게 남은 거의 유일한 과제다. 서울과 구미에서의 대규모 해단식 이후 잠잠했던 박근혜 전 대표는 서울지역 지지자 모임인 ‘아름다운공동체 국민희망포럼’ 모임에 나타나 다시 이 후보 진영을 긴장시켰다. 이 후보는 ‘박근혜 퍼즐’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경선 패배 이후에도 굳건하게 대오를 유지하던 박근혜 전 대표 측 의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열이 조금씩 흐트러지는 양상이다. 당직이라는 당근과 공천이라는 채찍을 가진 이명박 후보 캠프에 하나 둘 ‘귀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 후보 측의 주장이다.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김재원 의원이 당 정보위원장에, 서병수 의원이 여의도연구소장에 임명되었다. 박 전 대표 캠프 실무자들도 선대위 구성 전후로 편입될 예정이다.

탄탄했던 대오가 흔들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PK목장의 결투’였다.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이 전 시장 측 안경률 의원이 박 전 대표 측 엄호성 의원에게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기면서 급속히 대오가 와해되었다. 이 전 시장 측에서는 조만간 박 전 대표 측과 ‘빅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화해 무드에 걸림돌이 있다. 바로 이재오 최고위원이다. 집권 이후 박 전 대표와 당권을 놓고 각축할 수 있는 이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의 입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재오 최고위원만 막지 않으면 이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릴 수 있다. 그런데 도저히 여지가 안 보인다. 참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이재오 최고위원은 ‘한반도 대운하 자전거 탐방’을 다녀왔다. 부산 을숙도에서 서울 여의나루까지 560km에 이르는 긴 구간을 완주했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이 최고위원의 대운하 탐방을 ‘충성 대장정’이라고 부른다. 몸으로 자신의 충정을 시위한 이재오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를 어떻게 융화시킬지, 이명박 후보에게 남은 과제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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