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백승기황금가지는 장르문학 출판의 선두주자로 꼽혔다. 위는 황금가지 편집진.
장르문학 전문가든 애호가든 대답은 한곳으로 모아졌다. 이들은 장르문학 하면 떠오르는 출판사로 ‘황금가지’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전문가 15명 가운데 10명이, 미스터리 동호회원 49명 가운데 28명이 출판사 황금가지를 추천했다.

민음사의 자회사인 황금가지를 살펴보면 199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장르문학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1996년에 설립한 황금가지는 1998년 〈드래곤 라자〉를 펴내면서 한국 판타지 시장을 개척했다. 작가 이영도씨가 쓴 이 소설이 PC통신 하이텔에 연재되면서부터 반향을 불러일으킬 즈음이었다. 황금가지의 이지연 주간(사진 앞줄 맨 왼쪽에 앉은 이)에 따르면, 〈드래곤 라자〉 출간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 마술적 리얼리즘과 맥이 닿아 있는 외국의 환상문학을 소개한다는 프로젝트는 있었지만, 판타지 문학을, 그것도 PC통신에 연재되던 ‘무명 작가’의 작품을 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순문학의 본거지’인 민음사에서 판타지라니. 걱정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내 〈드래곤 라자〉 열풍이 불었다. 이 작품의 성공 이후 한국 판타지물은 여러 출판사에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나왔다.

황금가지는 판타지 시장을 연 다음 홈즈, 뤼팽, 애거서 크리스티 등 고전 추리물로 눈을 돌렸다. 이미 서양의 고전이 된 이들 작품을 전집 형태로 모아 출간하는 데도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은 장벽이었다. ‘추리소설은 어린이용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모험적 시도였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빨랐다. 추리소설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던 20대 후반, 30대 독자들이 두꺼운 독자층을 형성했다.

황금가지의 그 다음 프로젝트는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였다. 추리·호러·스릴러 등 폭넓은 장르문학을 펴냈다. 이지연 주간은 “동시대 대표 작가의 주된 작품을 소개하고, 나아가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황금가지 말고도 행복한책읽기, 북스피어, 비채 등이 장르문학 명가를 꿈꾸고 있다. 행복한책읽기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시장 기반이 취약한 SF 소설을 꾸준히 출판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북스피어는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를 표방한 신흥 출판사로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과 영미권 판타지를 꾸준히 내고 있다. 영미권 스릴러 시리즈인 ‘모중석 스릴러 클럽’과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를 펴내는 출판사 비채도 장르문학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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