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
경기도 송추태권도장 고경석 관장(58)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인터넷 게임에 미쳤다. 게임 잡지란 잡지는 다 사서 읽고, 텔레비전에서 밤늦게 하는 게임 프로그램을 보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그가 게임에 빠진 것은 오로지 닭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23년간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그는 제자들의 체력을 키우는 데 닭쌈만큼 맞춤한 운동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발목을 잡고 한 발로 버티면서 상대방을 밀어 쓰러뜨리는 민속놀이인 닭쌈을 지속적으로 시키자 아이들은 지구력이 놀랍도록 강해졌다. 현재 그의 도장에는 제자가 40명가량 되는데,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다른 도장의 5학년생과도 닭쌈을 붙으면 밀리지 않을 정도이다. 이제 그가 다른 도장에 닭쌈 한번 하자고 전화하면 슬슬 피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닭쌈을 즐기다 보니 게임 방식이 다양해지고 룰도 발전했다. 그가 즐기는 방식은 개인·단체전 합쳐 모두 여섯 가지다. 중세의 기사가 1대1로 말을 타고 창으로 겨뤘던 것을 본뜬 1인 기마전도 있다. 그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호구도 직접 디자인해 만들었다. 150만원이나 들여 게임 방식과 룰을 알기 쉽게 풀이한 도감도 제작했다.

그가 인터넷 게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닭쌈을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할 수 있을까 해서이다. “온라인으로 많은 청소년이 즐기게 되면 가족이 함께 할 수도 있고, 체력단련에도 좋으며, 무엇보다 재미있는 우리 민속놀이인 닭쌈이 전세계에 널리 보급될 것이다”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와 손잡고 게임을 개발할 창의력 있는 업체를 찾고 있는데 아직 파트너를 만나지는 못했다. 하림이나 BBQ 같은 기업에서도 닭쌈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기자명 문정우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mjw2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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