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
경쾌하되, 눈에 물기가 서리게 하는 뮤지컬 한 편이 서울 동숭동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 걸렸다. 극단 ‘명랑씨어터 수박’이 무대에 올린 창작 뮤지컬 ‘빨래’는 추민주씨(33)가 극본을 썼고 연출을 맡았다. 빨래는 추씨의 한국예술종합학교(예종) 연극원 졸업 작품이기도 한데, 이번이 세 번째 공연. 2005년 초연 때 한국뮤지컬대상 작사·극본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빨래는 추씨의 첫 서울살이를 녹여낸 작품. 대구에서 대학 다닐 때까지 부모님과 살았던 그에게 가난과 삶의 고단함은 다가오지 않았으나 서울은 그것을 깨우쳐주었다. 학비를 벌어 예종에 다녀야 했으니 싼방을 찾아 가난한 동네를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추씨의 눈에는 온통 ‘가난’이 보였다. 옆집 옥탑방에 살던 몽고 이주노동자는 빨래의 남자 주인공으로, 그와 사랑하게 되는 서점 점원은 여자 주인공이 되었다. 서점 점원은 그의 첫 직업이었다. 추씨는 비록 현실은 힘겹지만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소통하는 삶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자기 인생에서 연극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는 그로서는 연극이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추씨의 다음 작품은 신예 연극인의 만만치 않은 투지를 엿보게 한다. 우리 밀로 빵 만드는 사람들을 통해 느리게 사는 이야기와, 주변 사람과 나눔을 즐겁게 실천한 조선 정조시대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 일대기가 추씨의 2009년 기획이다.

기자명 장영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c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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