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국가 북한 권헌익·정병호 지음, 창비 펴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석좌교수이면서 냉전사 이론연구로 기어츠상 등을 수상한 권헌익 교수와 남북 문화통합을 주제로 연구를 해온 정병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5년여 동안 공동 작업한 연구를 책으로 펴냈다. 3대 세습으로 들어선 북한의 정치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저자들은 이를 봉건왕조의 연장이 아니라 현대적 카리스마 정치의 발현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장국가’는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가 인도네시아 발리 네가라의 사례를 통해 제시한 개념. 물리적 강제가 아닌 화려한 의례와 공연 등 과시의 정치로 통치되는 국가를 통칭한다. 북한은 국가 정통성을 보강하기 위해 20세기 초 항일 무장투쟁의 기억을 끊임없이 역사에 포함시켜 왔다. 저자들은 국가정치가 역사를 어떻게 발명해내 이를 문화예술 분야에 반영하는지를 다루는데,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대대적으로 전개된 ‘추모와 그리움의 드라마’를 주의 깊게 살핀다.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이정철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부제가 ‘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이다. 경세가는 ‘세상을 다스려 나가는 사람’이라는 뜻. 조선시대 경세가인 이이, 이원익, 조익, 김육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통 키워드는 ‘대동법’이다. 대동법으로 백성들은 그전 세금의 5분의 1 정도만 낼 수 있었는데, 네 사람은 대동법의 성립에 뚜렷하게 기여했다.
아주 사적인 독서 이현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고전은 가장 상투적이지만 강렬한 인생의 질문을 담고 있다. 서평가 이현우씨가 〈마담 보바리〉 등 고전을 읽으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근·현대 고전 일곱 편의 세계로 안내한다. 마치 독자가 햄릿이나 돈키호테나 보바리인 것처럼. 한 고전 애독자들의 모임에서 6년 동안 진행한 독서 수업을 바탕으로 했다.
분단아 고맙다 신동호 지음, i&R 펴냄 〈겨울 경춘선〉의 시인 신동호. 그의 시는 1990년대를 거리에서 보낸 청년들과 함께한 ‘친구’와도 같았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남북협력 관계 일을 하는 시인의 산문집. 사회·문화·정치·남북관계 등을 55편의 글에 담았다. 문체는 섬세하며 부드럽고, 현실에 대한 분석은 날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