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을 따로 두었기에 끝내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 자못 애틋했던 〈허준〉이나 〈상도〉의 주인공과 달리 백광현은 오로지 지녕(이요원)에게 일편단심이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남다른 감정을 숨기지 않는 여인들이 가장 중요한 협력자로 설정되는 ‘이병훈표 드라마’의 법칙은 의연하다.

아니 오히려 수가 더 많아져 무려 넷이다. 게다가 소가영(엄현경)은 전례 없는 새로운 양상의 캐릭터다. 숙휘공주(김소은·사진)나 은서(조보아)의 경우는 짝사랑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러나 가영은 분명 동문수학한 동료 이상이 아님에도 주인공과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현대극에서라면 자연스럽겠지만 시대극의 분위기 때문인지 그리 심상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입지전의 성공 판타지’의 본질이 ‘남성 로망’이라는 확실한 방증이다.

멘토의 면모도 전작들에 비해 한결 화려하다. 고주만(이순재)과 사암도인(주진모)에 장인주(유선)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바야흐로 멘토의 시대다. 심지어 상당한 긴장을 예감케 했던 성하(이상우)나 태주(장희웅)조차도 맥이 풀릴 만큼 전폭적이다. 갈등 구조가 단선화되었다는 뜻이다.

기자명 변정수 (미디어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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