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베이징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워쥐(蝸居, 달팽이집)〉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당국의 압력으로 돌연 조기 종영되었다. 이 드라마는 폭등하는 집값에 누추한 달팽이집이나마 장만하려 빚을 냈다가 수렁에 빠진 두 자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돈과 권력, 부동산 개발상과 부패 관료의 결탁, 치정(癡情) 등 민감한 내용과 얽히자 당국이 철퇴를 가한 것이다. 하지만 서민 주거 문제가 화려한 경제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중국의 어두운 그늘이란 사실은 조기 종영으로 감출 수 없었다.

〈달팽이집〉 종영 이후 실업 청년들의 아픈 주거 현실을 폭로한 ‘개미족(蟻族)’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개미족은 개미처럼 작고 허름한 집에 모여 살고 쉴 새 없이 이사를 다니는 청년들을 지칭한다. 개미족은 치열한 경쟁과 실업, 나아가 열악한 주거 환경에 내몰린 이 시대 중국 청년들을 상징한다. 오늘도 화려한 도시 주변에는 월세 200~400위안(약 3만6000~7만2000원)짜리 비좁은 단칸방에 모여 살며 일자리를 찾는 수많은 개미족이 배회한다. 이들은 경기 성장 둔화로 감소한 일자리를 놓고 치열히 경쟁하는 한편, 또 치솟은 주택 임차료로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감수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청년에게도 주거 문제는 녹록지 않다. 비싼 임차료 탓이다. 베이징 대학, 칭화 대학, 푸단 대학 등과 같은 명문대를 졸업한 우수 인력의 초봉이 대략 3000∼4000위안(약 54만∼72만원)인 데 비해, 대도시에서 방 하나를 빌리는 데 드는 월세는 1000∼1500위안(약 18만∼27만원)이다. 월급의 약 3분의 1이 월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지린(길림)성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상하이에서 한국 회사에 다니는 김춘란씨(가명)는 월급으로 3000위안을 받는다. 이 중 1000위안을 방세로, 1500위안을 교통비·식비·잡비 등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500위안을 저축한다. 하지만 고향에 한 번 다녀오고 나면 저축했던 돈도 모두 바닥나 매년 제로섬 게임이라고 토로했다. 만만치 않은 임차료 때문에 친구와 같이 방을 빌려 쓰는 젊은이도 많다.


대학생들의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은 대학생에게 저렴하게 기숙사를 제공한다. 하지만 방 하나를 4명이 같이 사용해 비좁고 시설도 빈약하다. 어떤 대학은 한 방에서 8명이 생활하기도 한다. 바쁜 아침 시간대 화장실은 전쟁터다.

부동산 투기, 현기증 나는 집값

그러나 주거 문제에서 가장 큰 비극은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주택은 단지 눈요깃거리일 뿐이다. 부동산 투기와 거품 논란 속에서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 주택은 이미 청년들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통해 살 수 있는 가격 수준을 넘어서버렸다. 대도시 아파트 값은 1㎡당 2만∼4만 위안(약 360만∼720만원)으로 집 없는 청년들에게 아파트 장만은 꿈일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중국 청년들의 이직률은 매우 높다. 한 직장 내 평균 근속연수가 3년도 되지 않는다. 젊을수록 근속연수는 더 짧아진다. 대우만 좋으면 언제, 어디든 옮긴다는 얘기다. 광대한 영토에 방대한 취업 시장이 있는 중국은 경험만 쌓으면 몸값을 올리기도 수월한 듯하다. 아마도 성공적인 이직만이 달팽이집처럼 누추할망정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개미족의 증감은 실업률과 연관이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국의 대졸 실업률을 9~ 10%로 추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상회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매년 대학 졸업자가 600만명 이상 배출되고 해마다 실업자가 적체되는 상황이다. 한 예로 2011년 졸업자 중 9.3%에 해당하는 57만여 명이 실업 상태다.

기자명 정다원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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