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LMU)에 재학 중인 다른 지방 출신 요하네스 마이어 씨(가명)는 지난해 겨울학기 시작 전후에 그의 형편에 맞는 월세 300유로 미만의 방을 구하기 위해 학교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시 외곽지대에서 두 번 이사한 끝에, 지금은 뮌헨 시내에 거주하게 됐다.

그가 사는 80대 후반 아니타 켐프터 할머니 집은 학교까지 지하철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할머니 댁에 입주한 조건은 가사를 돕는 일이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든가, 애완용 개를 데리고 할머니를 부축해 산책을 하고 정원과 집안 청소를 맡아 하고 때로는 개인 심부름도 하는 등 일정한 시간을 할애해 봉사하는 대가로 집세 없이 거주하고 있다.

그와 켐프터 할머니 사이의 이와 같은 상호협조를 바탕으로 한 신종 거주형태 ‘상조(相助) 주거(Wohnen fur Hilfe)’가 독일 대학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생활도우미 콘셉트인 이런 노인-청년 상부상조 주거가 대학 도시인 하이델베르크·프라이부르크 등과 베를린·함부르크·뮌헨·뒤셀도르프 같은 대도시에서 늘고 있다. 입학철이 되면 대학 신입생들의 ‘입주전쟁’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곳이다.

당장 잠잘 곳을 구할 수 없는 일부 학생은 방을 구할 때까지 캠핑장에서 텐트 생활도 불사한다. 컨테이너 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룸 셰어링, 양로원 임시 입주, 빈 주택 불법 점거, 캠핑 차량 이용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주거 공간 확보에 나선다. 전국적으로 도시주택 30만 개가 부족한 상황이라 대학 도시에서 싼 방을 구한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최근 독일 남부의 대학 도시인 콘스탄츠의 시장은 시민에게 “비어 있는 방을 대학생들과 나누어 쓰자”라고 호소할 정도로 도시마다 대학생 입주난은 심각하다.



대학생들 캠핑장 텐트 생활도 불사

마이어 씨가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상조 주거는 상호 계약에 따라 방 면적 1㎡당 1시간씩 집주인을 위해 가사 도우미 구실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그는 켐프터 할머니의 가사를 한 달에 25시간 도와야 한다. 그러나 전기와 수도 사용료와 난방 요금은 본인 부담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생활에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성격이 까다로운 집주인은 그의 친구가 방문하는 것을 싫어한다. 텔레비전을 늦게까지 틀어놓았다가는 질책을 각오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가 뒤따른다. 보통 ‘시집살이’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라이프치히에서 공부하는 자신의 여자 친구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다. 김나지움(독일 중등교육기관) 동창생인 여자 친구는 같은 학교 학생 2명과 방 2개짜리 집을 구해 3명이 함께 생활한다. 침실에 침대 하나씩을 들여놓고, 거실에서는 침대 겸용 소파를 이용한다. 밤에 불을 켜놓고 공부를 하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어 가급적 도서관이나 카페, PC방에서 공부하려고 노력한다. “방세 절약의 이점은 있지만 공부에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라는 전화가 여자 친구에게 걸려올 때마다 그는 그나마 자신은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상조 주거 개념은 1990년대에 다름슈타트 전문대학의 사회교육학자인 안네로테 크라이케마이어 교수가 창안해 장려하는 주거 형태다. 지금까지 꾸준히 각종 지역단체나 적십자사 등이 방 여유가 있는 독거노인에게 권장하면서 성과를 보고 있다. 독일 대학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선택가족’ 주거현상이다.

베를린·뮌헨·함부르크를 비롯한 독일의 대도시에서는 2007년부터 집값과 월세가 평균 20% 이상 올랐다. 주택난이 전국에서 가장 심한 뮌헨의 경우, 현재 인구 145만명에 주택 3만 개가 부족하다. 재학생 4만5000명인 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을 비롯해 종합대학 2개와 전문대 5개가 몰려 있는 뮌헨은 학생 기숙사를 포함해 주택 3만1000여 개가 부족한 데다 매년 1만5000명이 넘는 신입생이 몰린다. 고령 인구 증가로 노인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설상가상으로 연방정부가 5년 전에 월세가 저렴한 사회임대주택 건립 지원비를 80%나 삭감하고 건축 행정을 주정부로 이관해 저소득층과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사회임대주택 건립이 정지된 상태다. 사회임대주택은 지난 10년 동안 전국적으로 260만 동에서 160만 동으로 줄었다. 따라서 월세가 싼 주택의 입주난은 갈수록 심해진다.

2001년에 100만명이던 독일의 대학생은 2011년 겨울학기에는 총 238만명으로 늘어났다(총 421개 대학). 지난해에는 병역의무 폐지와 바이에른 등 2개 주에서 김나지움 2중 학제가 일원화되면서 신입생이 51만8700명으로 증가했다. 대학생 수는 계속 느는데 주정부나 지자체가 새 주택 건축을 미루고 있어 집값은 계속 뛴다. 그래서 야당인 사민당은 집값·월세 폭등 문제를 올 9월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내세웠다.

기자명 뮌헨·남정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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