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주거넷이 벌인 ‘집 없는 청년들의 천인공노 프로젝트’의 영상 공모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집을 이렇게 정의한다. “나에게 집은 난로다. 언제 가도 따뜻해지니까.” “나에게 집은 소주이다. 외롭고 힘들 때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영상 마지막에서 다음 문장을 외친다. “집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청년에게 집을 달라!”

주거넷은 부동산 임대시장의 불공정함에서 파생된 문제를 풀기 위해, 집에 대한 인식이 ‘사는(buy) 것’에서 ‘사는(live) 곳’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이야기를 주거넷에서 활동하는 김은진씨(22)와 권지웅씨(25)에게 좀 더 들어봤다. 이들은 ‘서울에 방을 얻은 대학생’의 주거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했다.  

청년들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월세가 비싼 근본 원인은? 김은진(김):부동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수익형 부동산’ 관련 광고가 많다. 학생 처지에서도 부동산 임대시장으로 돈, 즉 ‘투기 자본’이 몰린다는 게 느껴진다. 예전엔 하숙집이 많았다면 요즘은 브랜드화한 오피스텔이 많아졌다. 아니면 원룸을 아예 예쁘고 크게 지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결국 피해는 청년에게 돌아온다. 권지웅(권):청년들이 주거비용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령 등록금의 경우, 국가 장학금도 있고 민간 차원에서 제공되는 장학금도 있다. 하지만 주거 문제는 기숙사 입주가 유일한 돌파구이다.

지난해부터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사업이 실행됐다. 실효성이 있나? 김: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사업은 선발된 대학생에게 전세금 5000만~7000만원을 연 2%의 저리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대학생이 직접 전세물량을 물색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그 방과 계약을 맺은 후 다시 학생에게 임대해준다. 그런데 이 사업이 실시된 이후 오히려 대학가 전셋값이 올랐다. 누가 봐도 4000만~5000만원짜리 집인데도 집주인들이 7000만원을 꽉 채워 받으려고 한다. 실제로 회기·죽전 등 대학가에서 임대인들이 전세가를 7000만원 선으로 담합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가격 왜곡 현상의 피해는 사업의 혜택을 못 받는 대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민자 기숙사는 대학생 주거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하나?

:2인 1실에 1인당 월세가 35만원 수준이다. 그리 싸지 않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민자 기숙사의 본질이다. 대학은 자기 돈으로 300억원 주고 건물을 지을 수 있어도 굳이 민자를 끌어들여서 500억짜리 건물을 짓는다. 학생들의 기숙사비로 20년 동안 차액을 갚아나가면 건물은 최종적으로 학교 소유가 된다. :맞다. 민자 사업에 참여한 기업과 은행은 금융 수익을 얻고, 학교는 나중에 건물을 갖게 되는데, 학생들은 피해를 본다. :국가에서 각 대학에 지원하는 기숙사 신축 보조금에도 문제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경희대·단국대·대구한의대·세종대 등이 정부로부터 3%대의 저리로 돈을 빌려 기숙사를 지었다. 정부는 대학에 학생들로부터 월 24만원 이상 기숙사비를 받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런데 이게 2인 1실 기준이다. 50만원짜리 원룸에 둘이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교 땅에 지은 학교 건물인데 어떻게 학교 밖 원룸 수준의 가격이 나오는지 의문이다. 결국 대학이 국가에 물어야 할 이자를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거넷은 대안으로 기숙사의 학생 수용률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기숙사를 늘리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민간 임대시장의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자취방으로 가려던 사람들이 기숙사로 가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공공 기숙사나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려면 결국 재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재원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한다. 박근혜 당선자 공약에서도 주거 문제를 ‘금융’으로 해결하려고 하더라. 예를 들어, 2010년에 8000만원 하던 집이 2012년에 1억2000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치자. 그랬을 때 ‘너무 많이 올랐으니까 되돌리자’고 하는 게 아니라 ‘1억2000만원짜리 살 수 있게 우리가 4000만원을 빌려서 도와주겠다’라고 한다. 하지만 이걸 빌리는 순간 빚에 대한 이자가 발생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진정으로 주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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