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이라는 국가경쟁력 확보와 외국인 투자, 그리고 지역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일부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이곳에 투자하는 기업에게는 조세 감면, 자금 지원 그리고 각종 규제 완화 등 경제활동의 예외 조치가 허용된다. 특히 외국 기업에 대해 국·공유 재산의 임대료 감면 및 수의계약에 의한 사용·수익 허가 또는 대부·매각 허용이 가능하고, 외국기업에 임대하는 부지나 토지 등에 대해 임대료 감면 혜택이 있다.

광양시·여수시의 율촌과 화양, 순천시의 신대 그리고 하동군 일부가 포함된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 2003년에 지정되었다. 이후 2004년부터 2020년까지 사업비 15조7000억원, 생산 유발 164조원, 부가가치 유발 66조원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는 생각보다 저조하고, 자치 권한은 중복되거나 미치지 않는 문제점 등이 발생해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배후도시 만든다고 고향산천 다 내줬드만, 오메 ○○랜드가 돼부렀네.”

“지역경제 살린다면서, 27만 도시에 코스트코는 아니잖아! 이건 지역경제 수탈이여!”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중에서 교육·의료·레저 등 배후도시로 조성되는 순천시의 신대지구 개발에 대한 지역민들의 탄식이다. 이 지역 개발 특수목적법인(시행사)은 A건설회사가 대주주인 순천에코밸리(주)다. 당초 기대했던 외국인 학교나 병원 등의 시설 유치는 요원한 채, 이 건설회사의 아파트로 채워지고 있다. 또 상업지역 분할 매각을 요청한 순천시나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의 요구도 무시하면서 미국계 초대형 유통점 코스트코를 입점시키려는 행태는, 돈벌이를 위해서는 지역경제의 몰락이나 공공성은 안중에도 없다는 뻔뻔한 태도로 비친다.

규제 완화로 자치권 미치지 않아

논란이 된 코스트코 입점에 대해 순천시의회·광양시의회·여수시의회·전남도의회 그리고 시민단체와 상인단체까지 나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심지어는 입점과 관련된 인허가 기관인 광양권 경제자유구역청과 순천시 모두 지역경제에 미칠 우려와 함께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A건설은 “코스트코 입점이 확정되었다”라고 자사 아파트 분양 광고지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부지 매매 계약서도 확인할 수 없고 입점과 관련된 행정 절차가 이루어진 바가 없는데도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를 내어 지역민을 현혹한 셈이다. 

신대지구 개발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A건설은 막대한 수익을 이미 챙겼다. 그에 비해 순천시는 세수입까지 포기하면서 배후단지 개발을 위한 행정적 절차와 도움을 제공하고도, 개발이 끝나면 시행사가 남겨놓은 많은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개발 이익은 A건설회사가 가져가고, 순천시는 민원만 떠안게 되는 식이라면 경제자유구역이 아니라 경제방임구역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광양만권의 배후도시로 조성되어야 하는 신대지구의 공공개발 사업이 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한 개발로 뒤바뀌고 있는 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허울 좋은 규제 완화로 자치권이 미치지 않는 문제점 역시 개선해야 한다. 

결국 시민이 먼저 나섰다. 1월16일 A건설 아파트 분양 광고의 허위 과장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또 코스트코 입점 반대를 위해 광양만권 시민대책위를 구성했다. 순천시의회는 신대지구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와 국회도 경제자유구역이 더 이상 경제방임구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기자명 김석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www.kimdol.net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