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후지이 다케시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한국 현대사 연구가 시작된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을 냉전 결과로 탄생한 친미 반공국가로 보고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이를 비판하는 게 주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 뉴라이트가 등장하면서는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선택한 친미 반공국가였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떠올랐다. 양자 모두 ‘친미 반공’에 방점을 찍는다. 저자가 들여다본 대한민국의 초기 모습은 이런 견해와 다르다. 한 미국인 법률가가 제헌헌법을 ‘국가사회주의로의 강한 경향’을 띤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헌법의 사상적 바탕이 자유민주주의보다는 민족주의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국내에 확고한 기반이 없던 이승만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한민당과 결별하면서 좌우 세력에 초연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이승만 정권 초기에는 민족주의가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승만이 주창한 ‘일민주의’는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반공산주의, 반자본주의를 내세우며 제국주의를 강하게 비판한 이념이었다는 것이다.

내 이름은 욤비 욤비 토나·박진숙 지음, 이후 펴냄 1992년 ‘유엔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이후 한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이는 모두 4500여 명. 이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는 294명 정도다. 많은 사람이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제3국으로 떠나거나 목숨이 위협당할 것을 알면서도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처지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욤비 토나 씨는 난민으로 인정받은 29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책은 콩고인 욤비 토나 씨가 한국에 와서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겪은 일을 담았다. 욤비 토나 씨는 콩고 비밀정보국에서 정보요원으로 일했다. 2002년 정보국 작전을 수행하다가 정권의 비리를 알게 되고, 이 정보를 최대 야당인 ‘민주사회진보연합’에 전달하려다 체포된다. 국가기밀 유출죄로 비밀 감옥에 수감돼 옥고를 치르다가 탈출해 한국에 입국하고 난민 신청을 했다. 난민 신청을 하고 가족을 다시 만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책은 욤비 토나 씨가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불법 체류자로 그리고 피부색으로 차별받아야 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경제학자의 영화관
박병률 지음, 한빛비즈 펴냄
영화는 인간의 삶을 투영한다. 경제부 기자를 오래한 저자는 영화 속에서 경제를 읽는다.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는 비교우위의 법칙을 읽는다. 〈광해〉의 대동법에서 ‘부자 증세’를 읽는 종횡무진 영화 속 경제 읽기.

러스트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호세 무뇨스 그림, 김화영 옮김, 책세상 펴냄 〈이방인〉 출간 70주년을 기념해 2012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그래픽 임프린트에서 펴낸 특별판. ‘카뮈 전집’을 낸 책세상에서 펴냈다. 2013년은 알베르 카뮈 탄생 100주년인 해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거장 호세 무뇨스가 일러스트를 맡았다.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원종우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 필명이 유명하다. 파토. 록 뮤지션, 음악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음악 공부를 위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딴지일보〉 관광청(현 ‘노매드21’)에 5년 동안 연재했던 ‘파토의 유럽 이야기’를 대폭 정리하고 재집필해 출간했다.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기반으로 유럽의 역사와 문명을 흥미롭게 넘나든다.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글·그림, 김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문학평론가 김현은 〈목로주점〉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등 몇 권을 번역한 바 있는데, 그가 번역했던 〈어린 왕자〉는 꽤 오랫동안 절판된 상태였다. 몇 대목을 수정해 이번에 재출간했다. 김현은 당시 어린 두 아들이 〈어린 왕자〉를 읽고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아름다운 글을 쓰기 바랐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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