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지도를 하는 여교사의 손목을 꺾고 위협하는 학교 ‘일짱’, 학교 밖의 패싸움, ‘빵셔틀’ 등등 뉴스나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교내 폭력이나 문제학생의 비행 장면은 〈학교 2013〉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해당 장면에 불필요한 선정성이나 긴장을 조성해 눈을 잡아끌려는 의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다 승리고에 온, 외모부터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전학생 박흥수(왼쪽·김우빈)가 첫 인사를 하는 장면에도 보통 교실에서 있음직한 산만한 아이들의 잡음을 삽입하고, 마음속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 사나운 눈빛을 한 흥수도 종례 인사 구령에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전 경기도 ‘일짱’이던 고남순(오른쪽·이종석)이 흥수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첫 장면은 자판기를 발로 차 동전을 터는, 상당히 좀스러운 모습이다. 전학생이 오기 전까지 ‘일짱’이었던 오정호(곽정욱)가 스스로의 권위가 무너졌다고 생각하고는 교실에 선풍기를 틀어 불만을 표시할 때는 웃음이 터질 정도였다.

유치하고 수줍고, 어색하게 사과하고, 사소한 것에 불안해하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특성을 바닥에 깐 위에 아이들 개개인의 고민이나 문제를 벌여놓은 제작진의 세심함은 〈학교 2013〉을 신뢰하는 또 다른 이유다.

기자명 유선주 (TV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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