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레이블 ‘헬리콥터 레코드’의 박다함 대표(26). 명함을 주고받을 때면 난처하다. 아직 명함이 없다. 따로 사무실도 없다. 집이 사무실을 겸한다. 지난해 12월26일 서울 망원동 그의 자취집을 찾았다. 수도가 얼까봐 틀어놓은 주방 수도꼭지에서 ‘쫄쫄쫄’ 물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 한편으로, CD와 케이스가 담긴 상자가 쌓여 있었다. 몸살이 났다며 옷 5개를 껴입은 박 대표는 처음 〈시사IN〉의 연락을 받고 의아했다. 만든 지 고작 4개월밖에 안 된 신생 레이블에 대고 다짜고짜 ‘2013년을 주목’한다니 그럴밖에.

추천한 음악평론가 김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헬리콥터 레코드는 인디 레이블계의 ‘새로운 피’다. 인디 신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고민하는 레이블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대표인 동시에 유일한 직원인 박다함 대표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고 뮤지션이자 홍익대 인근에서 여러 차례 공연기획을 했다. 길을 지나다 발견하게 되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의 공연 포스터 중에 그의 작품이 많다.

‘두리반’이 레이블 내는 계기 제공

레이블을 내기 시작한 계기는 두리반이었다. 철거 위기에 몰린 홍대 앞 칼국수집 두리반에 수많은 ‘딴따라’가 모였다. 공연기획을 하던 박 대표 역시 단편선, 한받 같은 음악가를 만났다. 우연히 뭉쳐서 또래끼리 뭔가 해보자고 만든 게 자립음악생산조합이다. 음악으로 자급자족을 해보자며 만든 단체다. 기획단과 조합원까지 하면 150여 명이 소속되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있는 서울 성북구 석관동 지하에 ‘대공분실’이란 클럽을 열었고 음악 아카데미도 연다. 2011년 박 대표는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2장의 음반을 만들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헬리콥터 레코드’를 차려 2장의 앨범(404의 〈1〉과 하헌진의 〈오〉)을 냈다. 2인조 밴드 404는 두리반에서 열렸던 〈51+뉴타운컬처파티〉에서 데뷔했다. 하헌진은 이번이 세 번째 미니앨범이다. 각각 1000장 정도 찍었다.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소액 대출을 받아 만들었다. 박 대표는 레이블 말고도 동료·친구들과 함께 서울 문래동의 ‘로라이즈’라는 클럽을 운영한다. 음반 녹음도 거기서 진행했다. 지난해 초엔 음반을 기획하고 음원을 배급·유통하는 방법을 강의했다. 

박 대표 스스로 음반을 낸 뮤지션이기도 하다. 금속음 등 무작위 파열음을 내는 노이즈 음악을 한다. ‘불길한 저음’의 일원이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스무 살 때부터 꾸준히 음악을 해왔다. 음악이 좋아서 찾아 듣다가 직접 하기도 했다가 공연기획을 하고 음반을 직접 내기에 이르렀다. 그가 요즘 집중하는 레이블은 새롭다. 스스로 주목하는 음악가를 소개하는 재미랄까. 공연 기획자의 입장에선 열심히 기획해도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못 오는 경우가 많다. 앨범으로 만들면 실제 공연장을 찾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할 수 있었다.

특히 라디오에서 ‘헬리콥터 레코드’의 음악이 흘러나올 때 신기하다. 이날 박 대표는 신촌의 레코드숍 향뮤직에 음반을 입고하러 가기로 했다. 유통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404는 데뷔 음반이라 밴드 트램폴린에 음원을 보내 추천사를 받았다. 이런 음악을 하는 밴드가 있다고 알려주는 게 재미있다. 박 대표는 “평소 좌파 음악가에게만 음악을 들려주다 불특정 다수, 그야말로 대중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헬리콥터 레코드가 모델로 삼는 레이블은 일렉트릭 뮤즈다. 2006년 만들어져 꾸준히 음반을 내는 일렉트릭 뮤즈의 김민규 대표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당장의 목표는 조촐하다. 빠르지 않게, 작게, 올해도 음반 2~3장을 내는 것. 사무실이 없어도 괜찮다. CD를 보관할 장소 정도만 아쉽다.

2주 전 박 대표는 레이블 식구들과 전주·철원 등지로 지방 투어를 다녔다. 크지는 않지만 어울리는 규모의 공연이었다. 한 음악 웹진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꼽기도 했다. 2013년 첫 앨범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일두의 솔로 앨범이 될 예정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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