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봉구 역)도 김광규(약방 주인 역)도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을뿐더러 인물의 성격을 맛깔스럽게 치장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희준(강림 역·사진)의 사투리는 어색하게 겉돌기만 한다.

코믹한 캐릭터로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과 주인공에 대적하는 주연급의 무게감이 달라서일 수도 있다. 중량감 있는 배역에서도 사투리로 절묘하게 캐릭터를 표현한 예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거의가 중년이나 노년의 인물이다. 지방이 배경이거나 코믹 터치가 가미된 경우가 아니라면 진지한 성격의 청년 역에서 사투리가 등장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시대극에서라면 낮은 신분이나 천박한 인격을 드러내는 경우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드라마의 언어 위계가 실생활에서보다 훨씬 엄격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희준의 경우 그 위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사투리 억양을 억지로 숨기려다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국어책 읽기’가 되어버린 탓도 없지 않다. 좀 더 자신감 있게 연기했더라면 낯설기는 할망정 어색하게 겉돌지는 않았을 성싶다. 사투리도 점이나 보조개처럼 배우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겨지기를 바라는 건 공상일 뿐일까.

기자명 변정수 (미디어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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