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안중근 의사 기념관 조감도(위·오른쪽). 기념관 건립위가 당초 승인 계획보다 두 배 이상 크게 설계해 심의가 늦어지고 있다.

안 의사 기념관은 올 3월 착공해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일인 2010년 3월26일에 맞춰 준공할 계획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예산 120억원을 포함해서 모든 절차가 끝난 상태다. 당초 승인 계획보다 크게 설계돼 이것을 조정하는 일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기념관 건립위는 당초 승인 규모(건축 연면적 2400㎡)보다 두 배 이상 늘려 짓겠다는 계획이다. 건립위와 ‘안중근의사숭모회(이사장 황인성)’는 30억원가량은 국민 모금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며, 조선일보가 이 모금 운동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안 의사를 숭모하는 일이라고 해서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안중근 기념관을 신축한다는 것은 숭모 사업을 통해 밥그릇을 만들겠다는 이권 사업이다. 친일파가 만든 단체와 친일 신문이 나서서 안 의사를 기리겠다고 하는 것은 역사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의사 기념관 건립을 주도하는 숭모회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963년 숭모회를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을 지낸 윤치영씨는 친일파의 표본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윤씨는 침략 전쟁을 찬양했고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윤씨의 형제들은 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내는가 하면 일본군 기병중장을 지내기도 했다. 2대 숭모회 이은상 이사장은 친일파, 친독재세력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일제시대 경제 침탈의 본부였던 조선은행의 간부를 지낸 백두진씨도 이사장을 지냈다. 이후 숭모회 이사장을 맡은 이들은 안 의사의 정신에 부합한다기보다는 권력의 양지만을 좇은 사람이 대다수다.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는 “안 의사의 정신과 아무 상관없는 친일파와 정치인이 숭모회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안 의사 기념관에 서 있는 동상마저 대표적인 친일 미술가 김경승씨의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숭모회 측은 “안 의사는 이념가가 아니고 평화주의자다. 안 의사가 숭모회 분들의 친일에 대해 이해해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의사 기념사업에 조선일보가 나선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한 대학 교수는 “조선일보는 친일 행위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 과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안 의사를 추모하는 애국자인 양 나서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안 의사가 벌떡 일어날 일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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