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스폰서·성폭행·항명 등 추한 맨얼굴을 드러낸 검찰과 막상막하 각축 끝에 최악의 인물로 꼽혔다. 김 사장은 연초부터 MBC에 최악의 ‘5종 카드’를 남발했다. 

징계 해고 카드

MBC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가면 해고 시계가 지금도 재깍거린다. 이근행 전 위원장(해고 927일), 정대균 부위원장(878일), 이용마 홍보국장(290일), 정영하 위원장(261일), 강지웅 사무처장(261일), 최승호 PD(183일), 박성호 기자협회장(204일), 박성제 기자(183일) 등 해고자 8명의 시계다.

지난 1월30일 MBC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김재철 사장은 징계와 해고 카드를 남발했다. 징계를 받거나 인사 불이익을 받은 이를 합하면 131명에 달한다. 징계 해고 카드는 연말까지 이어졌다. 12월7일 이채훈 PD가 해고당하면서 해고자는 9명으로 늘었다.
 


가압류 손해배상 카드

김재철 사장은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노조와 정영하 위원장 등 집행부 16명에 대해 33억원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파업이 지속되자 나중에는 손해배상 액수를 195억원으로 높였다. 김 사장은 노조 계좌뿐 아니라 집행부의 부동산과 퇴직금 따위를 가압류 신청했다. 법원은 가압류 신청을 일부 인용해 3000만∼1억2500만원 상당의 부동산 가압류를 허용했다. 언론사 파업 가운데 처음으로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노조 통장까지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져 돈줄도 막혔다. 파업이 끝난 뒤에도 회사 쪽은 가압류를 풀지 않았다. 강지웅 사무처장은 “일단 버티는 데까지 버텨볼 작정이지만 막막한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고소 고발 카드

손해배상 가압류 신청 외에도 김 사장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 1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정영하 위원장 등 5명에 대해 지난 5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이 한 차례 기각하자, 또다시 신청했다가 연거푸 기각당했다. 조합원들에 대한 수사와 달리, 김재철 사장의 횡령 배임 혐의 수사는 흐지부지되었다. 노조는 김 사장을 회사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쓴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이 무용가 ㅈ씨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시용(계약직) 기자·PD 카드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논설위원실의 반대에도 김 사장은 파업대체 인력이나 다름없는 시용(계약직) 기자와 PD 채용을 강행했다.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며 계약직 인력을 뽑은 것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시용 인력에 대해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 MBC 기자는 “노조에서도 이들 지위를 두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가 없다. 이들 실력도 방송 사고를 통해 드러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에 문제가 많다”라고 말했다. 

민영화 카드

대선을 앞두고 김재철 사장이 꺼낸 마지막 히든카드는 MBC 민영화였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MBC 지분(30%) 매각을 논의한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자, 김 사장은 “민영화가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송문화진흥회에조차 알리지 않고 추진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5종 카드를 남발했지만 김재철 사장은 살아남았다. 2010년 7월과 지난 3월에 이어 11월에 제기된 해임안이 부결되었다. 노조 관계자는 “김 사장뿐 아니라 김 사장을 따르는 ‘부역 인력’이 생기면서 쉽게 걸어 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3년 새해 벽두부터 김재철 사장이 또 어떤 카드를 꺼낼지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긴장하고 있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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