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
키 낮은 소파와 탁자, 따뜻한 브라운톤의 색감, 나른한 햇살. 얼핏 보면 보통 카페 같다. 하지만 서울 홍익대 앞의 ‘제너럴닥터’는 카페인 동시에 병원이다. 이곳 주인 김승범씨(33)는 의사와 바리스타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든다. 낮 동안 환자를 보다 오후 7시가 넘으면 커피를 내린다.

젊은 의사의 톡톡 튀는 사업 모델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김씨가 카페와 병원을 결합한 건 환자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다. 그가 강조하는 건 환자와의 풍부한 커뮤니케이션. “환자와 찬찬히 대화를 하다 보면 환자 본인도 몰랐던 문제를 찾아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환자 한 명을 붙잡고 30분을 훌쩍 넘기는 건 예사다. 카페에서 나오는 ‘가욋돈’이 필요한 이유다.

김씨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이상 없다’라고 말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 “아픈 데 없는 사람이 뭐 하러 병원을 오나? 의학적으로 이상이 없다고 해도, 왜 아플까 환자랑 머리 맞대고 고민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김씨는 환자들과 수다도 떨고 때로 잔소리도 한다. 진료실에서 카페 소파로 자리를 옮겨도 본다. 그렇게 환자를 알아가는 과정 전체가 그에게는 ‘치료’다.

그는 자기 식의 의료가 뜻은 좋지만 너무 비효율이라는 시선에 고개를 젓는다. “애정을 쏟는 치료가 가장 효율적이다. 의료란 게 원래 그렇다.” 환자의 시시콜콜한 사정까지 속속들이 아는 ‘주치의’는 그간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평범한 사람도 ‘동네 의사’를 찾아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주치의 모델. 김씨가 꿈꾸는 미래의 의료다.

기자명 천관율 수습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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