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하면 순천만을 떠올리거나 기적의 도서관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한때 한 방송사에서 추진하던 기적의 도서관 1호가 있는 도시이고, 그 외에 큰 도서관이 5개 그리고 아파트 지역이나 마을 지역에 분포된 작은 도서관이 46개가 있는 도시다.

순천시청의 도서관 정책, 기적의 도서관 자원 활동가, 어린이도서문화연구회 외 자발적 동호회 모임의 책읽기 문화 확산 등만 살펴봐도 인구 27만4000명 규모의 도시인 순천은 ‘도서관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책읽기와 도서관 문화가 확산되기까지는 움직이는 그림책 도서관 ‘파란 달구지’를 빼놓을 수 없다. 파란 달구지는 도서관과 거리가 먼 지역이나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요청에 즉각 달려가는 이동도서관이다. 보통의 이동도서관은 몇 시간 머물렀다 가지만, 파란 달구지는 2주 또는 1개월을 도서관 소외 지역에 머물러 실질적인 도서관이 되도록 운영방식을 변경했다. 그리고 단순 책읽기를 넘어 글쓰기 교실도 열고, 그림책도 읽어주고, 아이들의 학습도 지도해주고, 멀티 영화관 구실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방과 후 놀이터가 되고, 학부모들은 파란 달구지에서 아이들이 그림책과 함께 놀고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고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영화 그리고 북아트를 보면서 공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파란 달구지는 전기를 제공하고,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서 길게는 한 달 동안 마을 도서관이 되어준다. 평일은 낮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 토·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된다.


“나한테는 트랜스포머예요”

파란 달구지가 있는 마을은 어떤 풍경일까?  마을에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의 손을 잡고 파란 달구지를 찾은 한 학부모는 “주중에는 일하느라 바쁘고, 주말에 도서관을 가려고 해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파란 달구지가 우리 동네에 주차해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책도 보고 영화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아이들은 파란 달구지를 변신 로봇처럼 생각한다. “파란 달구지? 나한테는 트랜스포머예요. 크크크. 책 읽어 주는 것이 좋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아요. 책방이 이렇게 재밌는 곳인 줄 몰랐어요.”

파란 달구지 프로그램 운영자에게 물었다. “버스 안에서 독서지도와 책읽기를 하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2명이 운영하고 있고, 주말에는 번갈아 쉬어요. 도서관과 거리가 먼 친구들에게 책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고, 요즘 애들 놀이터가 사라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파란 달구지가 아이들 쉼터가 되는 것 같고,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책도 읽고, 노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요.”

파란 달구지의 시작은 기적의 도서관 개관 이후인 2007년 8월이었다. 1년에 300차례 운영, 1만2000명이 방문했다. 초창기 면 지역 등 도서관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학교나 마을을 방문해 책 문화를 전파하는 이동도서관 노릇을 해왔다.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및 도서 확보, 작은 도서관 증가, 호수 도서관 개관, 평생학습문화센터 개관 등 순천시에서 도서관으로부터 소외되는 지역이 줄어들자 올 초부터 방식을 재정비했고 파란 달구지를 2주 또는 한 달가량 주차해 실질적인 도서관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도시 성장 모델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고 방법도 여러 가지겠지만,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의 내재적 발전, 즉 시민 참여와 자치 역량을 높이는 일에 투자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행정이 시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천억원짜리 도시개발이나 토목 사업으로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보다 파란 달구지처럼 수억원 예산으로 정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때, 더 큰 신뢰를 형성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자명 김석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www.kimdol.ne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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