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광주 유세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손학규 후보(위)가 경선 복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 인터뷰를 독자들이 읽을 때는 광주·전남, 부산·경남의 경선이 끝난 뒤다. 이른바 슈퍼 4연전으로 불릴 정도로 9월 마지막 주말 경선은 상징성이 컸다. 주말의 승자가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누가 승자인지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왜 결과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느냐고?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는 그동안 여권 경선의 아이콘이었다. 한때는 모든 경선 주자들이 그를 공격할 정도로 주목이 되었지만, ‘칩거’와 경선캠프를 해체한 이후 여권에서 그를 보는 시각은 거의 ‘왕따’ 수준이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시사IN〉은 주말 경선 결과에 따라서는 듣기 어려울 수도 있는 그의 복잡한 ‘현재진행형 심경’을 들어보고자 했다. 9월27일 광주·전남 합동 유세가 끝난 직후 손학규 후보를 만났다. 그는 추석 연휴 동안 광주, 목포, 여수, 순천, 창원, 진주, 부산 등지를 누비며 숨 가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지금껏 가장 바쁜 추석을 보낸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최선을 다했다. 후보가 열심히 할수록 추석 전 ‘칩거’를 아쉬워하는 자원봉사자(캠프는 공식 해체된 상태)들이 많다. 후회하지 않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도로 열린당’의 당의장 선거처럼 변했다. 분노했다. 비판 없이 구태정치에 따라가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스스로 고뇌하고 반성하는 심정으로 ‘아규’(항의)한 것이다. 경선본부를 해체한 것도 여의도 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고뇌에서 나온 결단이었다.  득표 면에서 보자면 칩거를 안 하는 편이 나았을 텐데. 자꾸 칩거니 잠행이니 하는데 그런 말 쓰지 마라. 현실에 순응할 수도 있었다. 당 중진들이 도와준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런 차원에서 해결할 고민이 아니었다. 근본적인 고뇌와 반성이 필요했다. 경선에서 이기기 위한 결단이었다. 경선을 포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려면 뼈를 깎는 아픔이 필요하다. 캠프 없이 경선을 치르는 게 어렵지만 해보겠다. 일부가 떨어져나가더라도 좋다. 힘들어도 더 많은 국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여론은 경선 결과가 나쁘니까 그랬던 것 아니냐는 쪽이다.  솔직히 난 상관 안 한다. 오늘도 참모들이 방송 콘티(방송 인터뷰 답변서)에 ‘잘못되었다, 죄송하다’라고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라고 썼던데, 난 그렇게 안 한다. 사과할 짓을 왜 하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고난의 성지인 절두산을 찾아가 홀로 기도했다. 보이려고 했으면 기자들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겠나. 난 결단의 결과를 행동으로 옮길 뿐이다. 제주, 울산 경선 결과가 예상 밖이었나. 조직 선거, 동원 선거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며 ‘아, 간단치 않구나’라는 생각은 했다. 경선 룰 정할 때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 아니었나.

어수룩한 점이 있었다면 내 잘못이다. 경선 룰에 대해 후보가 일일이 관여하는 것이 아름답지 않다고 봤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정동영 전 의장에게 뒤졌다.보통은 민심에 당심이 따라가기 마련인데, 동원된 당심에 민심이 휩쓸리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적처럼 ‘손 지사가 순진하게 가서 당한 것’은 아닌가.   한나라당에 있으면 내 이상을 구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바꾸려고 해도 안 되니까 탈당한 사람이다. 나는 지금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여권에 합류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나. 북한에 다녀온 후(5월20일) 의견을 구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뵈었다. 그때 정치적 이야기는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분이 처한 위치상 결코 어떤 한 사람을 지지하거나 편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 전 대통령이 나를 지원한다는 추측 보도가 손해될 것은 없지만, 나는 그분이 국가 지도자로서 중립을 지키는 데 대해서 아무런 유감이 없다.
ⓒ뉴시스‘칩거’ 중이던 손 후보가 경차를 직접 운전하며 부인과 함께 절두산 성지로 향하고 있다.
그 이후 동교동 가신 출신인 설훈 전 의원이 캠프에 합류했다.
설훈 의원은 나와 한 개인 약속 때문에 합류했다. 김동철·전병헌 의원이나 조재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나를 돕고 있지만 다 개인 차원이다. 물론 김 전 대통령께서 언짢은 표정을 지었으면 안 왔을지도 모르겠지만. DJ가 손 전 지사를 한나라당에서 빼냈지만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손을 놨다’는 말도 들린다.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도지사 시절부터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 때문에 그분이 나를 나름으로 평가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분이 나를 정치적으로 붙잡아주고 지지해주길 원한 것은 아니다.현직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경선 전략으로 효과적인가.대통령의 발언이 나한테 영향을 미치는데 ‘예예’ 하고 있나. 되도록 외면하고 무시하지만, 도를 넘었을 때는 적극 지적하는 것이 전략보다 중요한 정치의 도리다. 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시시비비를 정당하게 가리는 것뿐이다.독자들이 이 인터뷰를 볼 때는 광주와 부산 경선 결과가 나와 있을 것이다. 만약 또 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대통령 되기 위해서 나섰다고 하지 않았나. 대통령이 되려면 경선을 끝까지 치러봐야지, 그걸 무슨 질문이라고 하나(김효석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다른 인터뷰에서 “세 후보 모두 지더라도 승리한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하겠다고 서로 약속했다”라고 공개했다).

 

기자명 광주·안철흥 기자 다른기사 보기 ah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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