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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1일 국회 기자회견장.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지자 헤르난데스 주디스 알레그레 씨(37)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준비한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다문화 가정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라며 겨우 말했을 때 기자석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한국말을 더듬거리는데 국회의원 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대한민국 헌법 1조가 뭐냐?” “애국가를 부를 줄 아느냐?”라는 질문까지 나왔다. 옆에 있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긴장한 그녀를 도와서 보충 답변을 했다. 그녀의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선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며칠 뒤 주디스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한국말 발음은 그때와 달리 매우 ‘유창’했다. 그날은 긴장한 탓에 말이 나오지 않았단다. 그녀는 15년째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1992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 연애결혼했고, 수개월 뒤 한국 국적을 얻었다. 남편은 7년 투병 끝에 2004년 카드빚만 잔뜩 남겨주고 사망했다. 필리핀에서 교육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한국에서 어린이집 강사와 영어학원 강사를 하며 빚을 갚았다. 그때부터 그녀는 주변의 이주노동자들을 사귀었다. 그들의 보육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 대표인 김해성 목사를 찾아갔고, 김 목사의 도움으로 서울 금천구에 ‘다문화 어린이 마을’ 어린이집을 열었다.

주디스 씨는 김 목사의 추천으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가 됐다. 아직 번호가 정해지지 않았고, 창조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높지 않아서 그의 당선 가능성은 현재로 보면 낮다. 김해성 목사는 “외국인 체류자가 100만명이고, 다문화 가정이 15만 가구가 넘는다. 이제는 이들을 대변할 국회의원이 나올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안철흥 기자 다른기사 보기 ah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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