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을 놓고 검찰 주변에서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조상철)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유족으로부터 고소·고발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권양숙 여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주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의 사안을 감안할 때 불구속보다는 구속 상태로 기소해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서울경찰청으로서 발언의 내용이나 진위 등을 고려할 때 신중치 못해 더 죄질이 더 나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검찰이 근거없는 비방, 흑색선전 등 각종 명예훼손 사건에 엄단할 뜻을 밝힌 것과도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수사팀은 다르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저축은행 로비를 받고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72)씨의 운전기사였던 김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바 있다.

당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의 과잉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같은달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숨겨진 아들설(說) 등 사생활과 관련한 각종 루머를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올린 혐의로 인터넷언론 '서울의 소리' 편집인 백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역시 법원에서 기각된바 있다.

검찰이 여당의 대선 후보가 연루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선 구속 수사 원칙으로 강력한 엄벌 의지를 드러낸 반면, 노 전 대통령과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선 불구속으로 수사를 종결해 형평성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 전 청장을 굳이 구속수사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경찰청장 시절 발언이기 때문에 사실확인의 책임이 강하다. 그런 면에서 죄질이 안 좋을 수 있다"면서도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 관련해서 측근들의 차명계좌 말이 많이 있지 않았나. 그런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깐 본인도 나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정상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고위공직자라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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