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9일 홍익대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블로그 축제’(사진)라는 명칭이 붙은 이 행사는 여러 블로고스피어(블로그를 중심으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를 이르는 말)가 참여한 블로거들의 사교장이었다. 특이한 것은 웹 관련 회사나 기관이 아닌 개인이 주최가 되어 진행했다는 점이다. 참석 인원이 300여 명이나 되었으니 PC 통신 시절로 얘기하면 아주 커다란 ‘번개 모임’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전체 블로그 숫자에 비하면 300명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만, 온라인에서만 이야기를 주고받던 이들 사이에서는 참석 전부터 제법 큰 이슈가 되었다. 참석한 사람들은 행사 뒤 많은 후기를 블로그에 올리며 블로거의 모임다운 모습을 보이는데, 재미있고 즐거운 만남이 되었다는 감상 외에 한편으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축제를 홍보와 비즈니스의 터로 이용하기 위해 참석한 사람들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 블로거가 많다. 축제 참가자 중 일부가 축제를 마치 ‘사업의 장’으로 여기는 듯 회사 홍보와 자기 PR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개인 블로거는 온라인을 통해 글이나 사진으로만 접하던 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직접 나누고 즐거움을 주고받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첫 만남은 어색한 법, 그러는 와중에 ‘비즈니스맨’까지 불쑥 끼어들었으니 불편하지 않았을 리 없다.

한 블로거는 ‘블로그 축제’가 아니라 ‘블로그 엑스포’라고 말했다. 한 블로거는 축제가 끝날 때쯤 되니까 손에 명함 수십 장이 들려 있었다면서 “우리의 축제가 되어야 할 장소에서 오히려 쓸쓸함과 소외감을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어떤 이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모여 즐긴 축제를 문화관광부가 후원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이제 막 시작된 행사가 벌써부터 세력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 흔히 보던 논쟁과는 좀 다른 것 같다. 더 차분하고, 더 냉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 애쓰면서도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 또한 다른 이의 감정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블로거의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진짜 ‘축제’는 뒤풀이에서 벌어진 것 같다. 무리 지어 몰려간 뒤풀이 자리에서 진짜 친구를 만나고 그제야 비로소 서로의 진면목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 ‘블로그 축제’가 열릴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정도면 블로거들의 첫 번째 오프라인 나들이가 나름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기자명 임지호 (출판사 북스피어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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