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그림
초등학생이 정치인보다 낫다는 우스개는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선거 유세에서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은 하지 않는다. ‘우리 반을 이렇게 이끌겠다’며 미래지향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경쟁을 벌일 뿐이다. 그런데 하물며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을 듣고 있자면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아직 한나라당 후보의 말과 비슷하다. 공부 좀 더 해라.” “손 후보 공격했다간 또 나가실까봐 못하겠다” 등등.

이틀 동안 경선 일정을 중단하고 칩거했다 돌아온 ‘가출 정치’ 소동의 주인공 손학규 후보에게 향하는 말들은 까칠하다 못해 폭력적이다. 저런 폭언을 듣고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걸 보면 국민 경선이 아니라 ‘인내력 경진 대회’라는 말이 더 걸맞을 것 같다.

‘연설의 달인’ 정동영, ‘깐깐한’ 이해찬 두 사람 사이에서 손학규 후보는 어떤 말로 정리될 수 있을까. 아마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별다른 특징 없이 소박하면서 있는 힘껏 외쳐대는 그의 연설 속에는 한결같이 점잖고 반듯하게 살아온 ‘범생이’의 얼굴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눈물을 흘리며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올 용기(?)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뿐인가. 늘 일등만 하던 그가 일등을 빼앗기고 가출할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

앞으로 손 후보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나마 그의 매력은 거기서 뿜어져 나오기에.

기자명 최광기(방송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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