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국 보잉 사의 F-15 전투기를 FX 기종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군 시험평가단 부단장을 맡았다가 미국과 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한 조주형 예비역 공군 대령(54). 한국 공군의 미래를 ‘차세대 전투기 기술 확보’로 보고 양심적 평가를 했다가 친미파 군 수뇌부에 미운털이 박혀 1년6개월의 옥고를 치르고 나온 그를 만났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 뜻이 꺾이고 옥고까지 치렀는데 억울하지 않은가? 내 사건으로 국방부의 전력증강 사업에 작은 변화가 일었다. 해군 사업부터는 기존처럼 1차, 2차 평가 단계를 없애고 조건만 맞으면 가격이 싼 무기를 도입하기로 제도를 개선했다. 또 내가 구속되면서 FX 사업 전반에 대한 시민단체와 언론의 감시가 이뤄져 국방부가 미국 보잉 사를 상대로 계약도 하기 전에 F-15 전투기 도입가를 2억 달러나 깎는 협상에 성공해 당시 환율로 24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절감됐다. 내 희생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KFX 사업)에 대한 소신은 여전한가? 2002년 F-15 전투기 기종 결정 당시 내가 시험평가 책임자로서 군에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미래의 한국 공군은 이렇게 가야 한다’라는 내용인데 그것이 KFX 사업의 성공이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국산 전투기를 양산해 수출하자는 뜻이 아니라 기술을 축적해 한국형 전투기를 갖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 KFX 사업이 예산 시비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니 안타깝다.
한국형 전투기 기술 개발 개념은 어떤 것인가. 한국군이 전쟁을 막는 데 목적을 둔다면 F-15 전투기처럼 폭탄 많이 실은 공격형 비행기보다는 방어를 잘할 수 있는 전투기가 필요하다. 내가 고등훈련기 사업처장을 맡아 제안한 개념은 이미 개발해둔 T-50을 기술 개량한 경전투기 양산이었다. T-50을 업그레이드한 A-50은 트랙과 상승률 등 전투기 기본 성능 면에서 스웨덴 그리펜 기종과 유사하다. T-50에 중거리 미사일을 달도록 개량하면 한국형 경전투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고, 예산도 10조원까지 투입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내가 문제를 제기한 이유도 거기에 필요한 기술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나라의 전투기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소신은 여전히 T-50을 성능 개량해 그리펜처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군 전력 강화도 최첨단 공격형 전투기 도입이나 개발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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