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버시바우 대사(왼쪽)와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미국 보잉 사의 F-15K 전투기 20대 추가 도입을 골자로 하는 ‘차세대 전투기 2차 도입 사업’ 최종 결정권이 이명박 정부로 넘어갔다. 지난 2년간 보잉 사와 담판을 벌여온 방위사업청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끝내겠다던 협상 시한을 넘겨 아직까지도 협상 중이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쟁점이었던 가격에 대해서는 보잉 사와 절충점을 찾아 사인을 마쳤지만 엔진 관련 협상이 늦어져 오는 3월 말까지 최종 결과를 도출해 방위사업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FX 1차 사업은 2002년  공군 시험평가단 책임자였던 조주형 대령이 구속되는 파란 속에 미국제 F-15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그러나 1차 도입 결정 뒤 비용과 후속 군수지원 분야 등에서 공군 전력 차질이 문제로 대두하면서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2차 사업으로 1차 사업 기종 20대를 추가 구매하기로 하고 또다시 협상을 벌여온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당초 조주형 대령이 예견하고 양심선언을 통해 제기한 내용이지만 당시 국방 수뇌부가 이를 묵살하고 추진했기에 더욱 비싼 값에 추가 도입하게 돼 미국의 장삿속 앞에 봉 노릇을 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게 됐다.

FX 2차 사업비로 참여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약 2조3000억여 원이다. 그동안 양측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가격 차이였다. F-15는 미국 공군에서는 이미 퇴출되기 시작한 구세대 전투기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보잉 사로서는 생산라인 가동비 등을 한국의 추가 구매에서 뽑아야 할 처지라 당연히 비싼 값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1차 사업 때부터 뒤탈이 많았던 이 기종 에 대한 협상을 맡은 방사청은 2차 도입분에 대해서는 여론 때문에라도 가격을 최대한 깎아야 할 처지였다.

양측 가격 협상이 지연되자 미국은 흔히 무기도입 사업 막판에 보여주는 전방위 정치 압박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보잉이 지난 1월12일로 가격 협상 마지노 시한을 정한 뒤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집요하게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이 일정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자 다급한 버시바우 대사는 전화를 걸어와 구매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협상 최종 시한을 넘긴 가격 협상은 당초 양측에서 제시한 구입 가격에서 우리 쪽은 4000만 달러를 올려주고, 보잉 사는 5000만 달러를 내리는 선에서 최종 합의되었던 것이다.

보잉 사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구입할 20대에 1대를 덤으로 얹어 21대를 넘겨주기로 했다고 한다. 1대는 2006년 6월 동해에서 훈련비행 중 추락한 1차 도입분 F-15 전투기 1대에 대한 보상의 의미라고. 공군은 당시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의 의식상실(G-LOC)로 발표하고 서둘러 진화했다. 사고 원인 조사에 보잉도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보잉이 사고 보상용으로 1대를 얹어주기로 했다는 사실은 추락 사고의 진실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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