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지역 문화재단이기에, 민원은 정말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마포문화재단은 주로 홈페이지와 안내데스크를 통해 민원을 받지만, 최근에는 ‘고객소리함’을 만들어서 무기명 민원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창구를 통해 접수되는 민원들은 대개 쉽게 해결되는 것이다. 담당자들을 ‘멘붕’ 상태에 빠트리는 민원은 구청 홈페이지나 구청장 직소민원실, 혹은 구청 문화체육과에 구두로 접수되는 민원이다. 간혹 서울시나 감사원에 제기되는 민원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수시 감사까지 받게 되어 담당자가 곤욕을 치르게 된다. 


 공공 스포츠센터는 맞춤 수업을 할 수 없다. 사설 기관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런 민원 중에 정말 납득이 안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구청 홈페이지에 한 회원이 올린 민원은 공공서비스 성격의 스포츠센터와 사설 멤버십 스포츠센터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가 낳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민원인은 프로그램이 크게 차별화되어 있지 않으니 아무 때나 수강을 할 수 있지 않냐며 회원의 선택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개인별 맞춤 수업이 불가능한 공공 스포츠센터 강좌들은 등록 기간을 정해놓지 않고 운영하다보면 뒤에 들어온 수강생 때문에 앞서 등록한 수강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아무 때나 등록해서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듣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설 기관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대다수의 공공 스포츠센터는 어르신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민원인은 이런 배려를 불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시정하라고 요구했는데, 그 이유는 어르신들을 배려하려다보니 등록 시간이 오래 걸려서 본인이 많이 기다리게 되어 불편했다는 것이었다.

무리한 민원은 오히려 주민에게 손해

이 민원인은 안내데스크 직원의 복장과 머리 모양도 지적을 하셨는데, 사실 이 내용은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한 것이었다. 아무리 응대 서비스를 해야 하는 안내데스크의 직원이라고 해도 개인의 취향이 존재하는 것이며, 그 인격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반드시 머리를 묶어야 하고, 반드시 유니폼을 착용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각적 일체감이나 변별성도 필요하기에 마포아트센터의 안내데스크에도 통일된 복장은 있다. 하지만 유니폼이라기엔 다소 자유스러워 보이는 티셔츠 타입을 고수하고 있다. 일하기에 편한 복장이 우선인 데다, 6년째 조례로 수강료가 묶여 있는 터라 거기에 쓸 돈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공공센터의 안내데스크 직원들은 참으로 힘들다. 대개는 정직원이 아니라 단기 계약직이거나 무기 계약직인 경우가 많은데, 임금은 낮고 일은 많은 데다 회원들이 함부로 대하는 바람에 마음의 상처가 심한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한 민원인이 안내데스크 여직원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심한 언어폭력을 한 일이 있었다. 그 이유는 아침에 독서실 자리를 끊고 나서 세 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좌석 점유권을 내어준 딸이, ‘자리가 없으니 집에서 공부하겠다’고 전화를 했기 때문이었다. 

마포아트센터 독서실 청소년의 입장료는 단돈 500원이다. 공공 독서실은 사설 독서실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 자리의 사용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용감한 아버지는 딸애 앞에서 500원 때문에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면서 폭행 미수라는 이름의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는, 경찰이 수사를 하기 전까지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게 되면 독서실 운영 담당자는 하루 한 번 좌석이 나가면 더 이상 그 좌석을 순환시키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 순환되는 좌석이 줄어들면 그 손해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갈까?

공공센터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사람을 종처럼 부릴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민원인들이 괴롭히는 안내데스크 직원 역시 마포의 주민이고, 공공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가진 대등한 인간이다.

기자명 김성수 (마포문화재단 사업기획본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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